교사수 부족 등 현실여건 고려하지 않아 사실상 실패 … 근본적 변화 모색해야

학생 개별 학력차에 따른 맞춤 교육을 통해 학력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교육현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수 확보 등 현장 여건이 개선돼야 하나 현실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변칙적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면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주요 과목을 학생 개인의 학력차에 따라 별도의 수업 반을 편성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다. 대상 과목은 주로 영어와 수학.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교사 수와 과목 시간 편성이다. 한 학년 1반부터 3반까지 학생을 수준별 상·중·하로 나눠 3개 반을 편성해 이동수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전제가 돼야 할 것이 3개 반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이 편성돼 있어야 하고, 교사 수가 최소 3명이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주요 과목이라도 한 학년 당 교사 수는 현재 2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올해 들어 법정 교원 수가 줄어든 상태다. 3개 반 모두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을 배치하는 것도 사실 상 무리이다. 수준별 이동수업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실을 이동하지 않고 같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차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나 수준별 이동수업의 본래 취지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일선 교사의 지적이다.

관내 중학교 한 교사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기 이전에도 학생 욕구에 맞는 수업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이동수업을 위해서는 수업 교안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규수업과 학습부진아 지도, 특기·적성 교육만도 너무 벅차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다른 것을 가르치더라도 평가는 동일한 시험문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내신성적만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현 고등학교입시 제도 하에서는??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기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침해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수준별 이동수업이 과거의 우열반을 나눠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피해의식과 위화감을 심어 줄 수 밖에 없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또한 수준별 이동수업은 담임교사의 학급관리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할 수 있다는 게 일선 교사의 지적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교육현장뿐 아니라 교육행정을 지도하는 교육청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원주교육청 관계자는 “현장에는 이동수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지도하기에도 난감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교사 수 확보와 교과과정 개편, 평가제도의 변화 등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이상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강원지부 관계자 역시 “수준별 이동수업은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라며 “개인과외가 아닌 이상 수준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교육 기회균등의 큰 틀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sk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