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대목으로 봉평에서는 메밀꽃이 지천에 널려 있다.
　단관택지 '봉평 메밀명가(대표: 김애영)'에 가도 메밀밭이 있다. 비록 사진이긴 하지만 봉평에서 메밀 농사를 짓는 김애영(46) 사장의 동생 밭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 봉평 메밀명가에서 사용하는 메밀은 전량 동생에게 공급받고 있다.
　동의보감에 메밀은 비위의 습기와 열기를 없애주며 소화가 잘되게 하는 효능이 있어 1년 동안 쌓인 체기가 있어도 메밀을 먹으면 체기가 내려간다고 기록돼 있다. 성질이 서늘해 찬 음식에 속하는 메밀은 무더운 여름철이나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몸속 열기와 습기가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봉평 메밀명가가 문을 연 것은 1년 남짓. 그러나 김애영 사장은 경북 영주에서 16년 동안 메밀 막국수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또한 메밀의 고장인 봉평이 고향이니, 메밀 막국수 하나만은 자신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어렸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으레 막국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며 "국수 면발을 뽑기 위해 장정 두세 명이 나무틀에 매달려 힘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맛을 업그레이드했지만, 그 시절 토속적인 맛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생각하는 막국수의 기본은 입에 착 달라붙는 면과 속이 확 뚫리는 육수의 조화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 면을 만들어도 얼마나 반죽을 하느냐에 따라 쫄깃함이 차이가 난다. 또한 100% 메밀로 만드는 건 힘들다고 한다. 메밀로만 만들면 국수를 뽑으면서 짧게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평 메밀명가에서는 미리 요청하면, 100%까지는 힘들더라도 90% 메밀막국수(6천원)를 만들어 준다.
　김 사장은 "봉평에 있는 메밀공장에서 메밀을 직접 빻아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제작이 가능하다"며 "토속적 구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옛 기억을 되살리며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막국수(물ㆍ비빔) 4천원.
　오전10시부터 밤11시까지 문을 열고 정기휴일은 없다. 좌석은 90석이며 1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문의: 765-1199

김설영 기자  sy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