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읍면동사무소에서 근무해 보면 이런 정책이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민생활지원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읍면동사무소의 조직개편 이후 상당수 동장이 이같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일선 동사무소 현실은 외면한 채 정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에 따라 원주시는 지난 1일부로 동사무소에 6급 주민생활지원담당을 발령내고 행정직 1∼3명을 팀원으로 배치해 주민생활지원팀을 구성했다. 읍면사무소는 복지담당이 주민생활지원담당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인력증원 없이 조직을 개편했다는 데 있다. 신규인력 충원 없이 행정체계가 개편되고 서비스 행정이 읍면동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것을 전제로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인력 사정이 그나마 나은 읍면사무소를 제외한 16개 동사무소 중 10곳의 현원이 10명 이하인 실정에서 주민생활지원팀을 가동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A동장은 지적했다. 일부 동사무소는 주민생활지원과의 신설로 오히려 현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읍면동사무소의 업무가 감소된 것도 아니다. 제도 시행의 조건으로 읍면동사무소에서 담당하는 민방위, 호적, 새마을 등의 업무가 본청으로 이관돼야 하지만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여전히 읍면동사무소에서 떠맡고 있는 것이다.
　A동장은 "직원 1명이 2∼3개 업무를 중복해 맡고 있는데 주민생활지원팀을 분리해 운영하면 직원들 업무가 지나치게 과중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읍면동사무소는 제도가 시행되기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읍면동사무소마다 복지상담실이 설치됐으나 컴퓨터, 책상, 의자 등의 집기류 구입비는 지원되지 않아 현재는 무용지물이다. 상담실 활용도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회의적이다. 모 공무원은 "1년쯤 지나면 상담실이 직원들 휴게실이나 흡연실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상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읍면동사무소에서 1차로 복지, 보건, 주거, 고용, 평생교육, 생활체육, 문화, 여가 등 8대 서비스의 수요를 조사해 본청으로 이관하면 주민생활지원과에서 실태조사를 벌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본래 취지다.
　그러나 25개 읍면동에서 취합된 수요를 주민생활지원과에서 실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공무원들은 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모부자가정, 차상위 급여신청 수급자 등이 원주시 전체인구의 9%인 2만6천여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제도시행에 따라 동사무소에 6급 주사를 위한 보직만 늘어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