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무릎 꿇지 마라

5.31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기간 동안의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곧바로 무더위가 시작되었구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부 여당은 처참한 패배를 당했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원주지역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전에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민주주의가 올바로 성장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한 정당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으니 장차 원주지역의 풀뿌리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선거결과를 두고 주변 분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견은 현 정부여당이 제대로 한일이 없고 무능력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어처구니없는 것은 진보와 개혁을 말하고 서민중심의 정치를 하겠다던 현 여당을 바로 서민들이 외면하였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무엇일까요. 문득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는 무위당 선생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내용인즉 ‘진보의 길은 중생제도에 있다’는 것입니다. 무릇 진보라는 것은 고통받는 서민들을 보살피고 함께 하는데에 참된 가치가 있음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진보와 개혁을 말하던 현 여당이 참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으로는 진보와 개혁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서민들을 보살피고 그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소흘한 것입니다. 새만금에서도 보여지듯 앞장서서 난개발을 일삼고, 농민과 서민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가운데 오히려 한미 FTA의 체결을 서두르는 모습에서 저는 보수보다 더한 보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찌 서민들이 등을 돌리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다고 하여도 보수정당이 싹쓸이한 선거결과가 정당화될 수도 없습니다. 주변분들 말씀이 능력있는 사람들이 경제를 살려야 서민도 살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 속지 않았습니까. IMF 구제금융 이후에 서민들은 금을 모으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와 감원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대기업들은 경영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순이익을 창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무엇입니까. 많은 수익을 남기고도 그들은 고용을 늘리거나 사회환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예 한 술 더떠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비정규직을 감수하라고 합니다. 비정규직이 60%를 넘어선다는 것은 바로 우리 자녀들 셋 가운데 둘이 안정된 직업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아니 원주에서 진보와 개혁진영이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선거결과를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가슴을 감출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번 선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기꺼이 후보자로 나섰던 몇몇 청년들 때문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이 지역 출신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평소 빈곤층과 서민들, 장애인들의 복지개선을 위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해왔습니다. 난개발로 훼손되는 원주의 환경문제를 개선하고자 노력한 청년도 있었습니다. 구태의연한 혈연, 지연, 학연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올바른 정책에 기초하여 당당하게 선거에 나섰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가 실패하였지만 저는 이 청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며 당부하고 싶습니다.

‘좌절하지 말 것이며, 다시 여러분들이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서 서민들을 위해 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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