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하는 기준

5월 31일은 21세기 선진사회를 창조하기 위한 국가의 중요한 기틀을 마련하는 지방선거 날이다. 앞으로 4년간 강원도와 원주를 이끌어 갈 도지사와 도의원, 그리고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대략 80여명에 달한다. 또한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 등 판단해야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후보자 선택을 위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연·지연·혈연으로 특징지어지는 선거풍토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이와 같이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보다 우선시되는 선거는 당선자가 4년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 유권자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와 정당이 쏟아내는 무책임한 선거공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듣기에 그럴싸한 공약의 남발이나 흑색선전 등은 선거문화를 오염시키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 되었다. 애당초부터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내놨으니 당선 후에도 지켜질리 없고 공약 이행여부를 체크하는 유권자나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5.31지방선거에서 올바른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유권자는 공정성과 전문성의 관점에서 선거공약과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누가 시장감인지 시의원이나 도의원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유권자의 어려운 판단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들리지만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매니페스토의 출발점은 1834년 영국의 로버트 필 보수당 당수가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그는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순간의 환심을 살 수 있으나 결국은 실패한다"며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97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승리했으며 이를 토대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3년 지방선거에서 도입돼 정치발전의 전기를 마련한 성공 사례로 평가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니페스토 운동에 대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전에 뛰어든 각당의 예비 후보들이 속속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호응을 보이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영국과 일본의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매니페스토는 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5대 조건을 들고 있다.

매니페스토 기준은 영국에서 시작된 평가 기법인 스마트(SMART) 지수로 후보의 공약이 ① 얼마나 구체적인가(Specific) ② 측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가(Measurable) ③ 정말로 달성 가능한가(Achievable) ④ 지역의 특성과 연계돼 타당성이 있는가(Relevant) ⑤ 추진 일정을 명시했는가(Timetable)의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기준인 ① 얼마나 구체적인가(Specific)를 사례로 들면 "영·유아 보육시설을 늘리고, 장애인 고용도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임기 내 보육시설 10곳을 만들고, 이를 위해 기금 5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식으로 바뀔 것이다. 공약이 이처럼 구체화되면 당선 후에도 유권자들이 공약의 이행 정도를 검증하고, 다음 선거 때 표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은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후보자의 선거공약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고 있는지, 즉 공약 이행과 관련한 재원조달 방안과 기한, 정책 우선순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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