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일을 앞두고 출마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복지’는 후보자들의 공약 상차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메뉴이다. 양극화문제를 언급할 때에나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문제나 학교폭력,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장애인인권 문제 등등 중요한 사회문제 어디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복지’이다 보니, 선거 공약에는 아동복지, 청소년복지, 노인복지, 장애인 복지, 여성복지, 가족복지에 덧붙여, 주민복지를 내거는 것이 다반사이다.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선진국의 제도들 중 많은 부분이 복지관련 제도들일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누구나 복지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선거공약으로 ‘복지’를 내걸어 손해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원주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약에도 ‘복지’가 중요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물론 지역복지에 관심을 갖는 후보자들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욕구는 생존권보장 이외에 사회, 문화예술, 레저 등의 영역으로 폭넓고 다양해지는 반면 중앙정부차원에서 지역주민들의 이러한 세세한 욕구를 일일이 충족시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차원의 복지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복지환경이 열악하여, 주차공간문제로 매일 밤 이웃과 싸움을 해야 하고, 늦은 밤에 귀가하는 가족의 안전을 불안해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거나 노부부가 굶주려도 어디 가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면, 그 지역주민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민들의 고충과 복지욕구를 구석구석 살피는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들어 선거관행이 변화되어, 후보자 선택기준이 개인적 연고나 외형적인 인물평에서 벗어나 정책중심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구나 ‘참공약 선택하기’와 같은 지역주민운동을 보면,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의존하거나 투표자를 매수하던 과거의 잘못된 선거관행은 먼 옛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자체의원의 유급화로 지방의원직이 명예를 누리면서도 적당한 돈을 벌 수 있는 유망한 직업으로 부상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봉사가 아니라 이런 목적으로 출마한 후보자들이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럴싸한 공약메뉴로 화려한 메뉴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그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도 않고, 정부예산과 관련된 공약이라면 책임전가가 쉽다는 것이다. ‘예산이 없으니 난들 어쩌겠는가?’라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메뉴판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후보자들의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지역의 복지를 착실하게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메뉴판을 꼼꼼히 따져 좋은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한번의 투표행위도 중요하지만, 메뉴판의 음식들이 실제로 만들어져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요구도 하는 주민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 후보자가 이럴 줄 몰랐다면서, ‘투표한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선출된 사람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들에게 멋진 메뉴판을 내놓은 ‘그’ 사람이 임기 동안 공약을 최대한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요구자나 감시자로서 활동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복지실현이 그리 쉬울 수는 없기 때문에, 유권자인 우리 스스로 구석구석 주변 이웃의 어려움을 찾아내고 보살피는 복지실천의 봉사자로서 자기 몫을 다하는 자세가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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