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을 아끼는 사람들

산지사방으로 개발이 예정돼
산봉우리만 남는 봉우리산 될까 걱정

봉화산 근처에 살아서 이 산을 가끔 오른다. 눈쌓인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도 한참 무르익었다.

진달래가 만발하더니 산벚이 군데 군데 펑펑 팝콘 터지듯 눈을 현란하게 하다가 이제 다소곳이 산철쭉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고 나무들도 녹색 잎새들로 자기 모습을 찾고 있다.

5월은 찬물에 막 세수를 한 스무살 청년의 얼굴이라고 말한 수필가 피천득님의 말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치악산, 봉화산, 배부른산…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이고 이는 원주에 사는 행복 중의 하나이다. 산을 오르는 원주시민들은 이 산들을 아끼고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또 그런만큼 원주를 소중하게 아낀다.

그런 봉화산을 오르면서 때때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하다. 택지개발로 등산로가 수시로 폐쇄되어 개미가 갈 길을 잃고 뱅뱅 헤매듯 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또 깎이어 나가는 산비탈, 산봉우리를 보며 인간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무엇인가 허전해지는 느낌도 버릴 수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여기 뿐 아니라 산지사방으로 길이 나 있는 봉화산 등산로만큼이나 서부순환도로, 대명원 등 사방으로 개발이 예정되어 있어서, 이러다간 봉화산이 아니라 산봉우리만 남는 봉우리산이 되겠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임야 등의 훼손을 철저히 금하면서 시나 대기업에서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훼손이 가능한 것을 보면 그 이중 잣대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원주 개발을 보면 산을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없이 등산로가 수시로 폐쇄되듯 시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산업단지의 위치나 개발형태, 적정 투자규모 등을 결정하는데 시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주 이 지면 보도에 의하면 혁신도시의 사업시행자가 한국토지공사라고 한다. 원주시가 토지공사와 맺은 ‘지역종합개발협약’에 의한 것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협약의 내용이 참으로 궁금하며 이제는 공개해도 될 시점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원주개발에 궁금한 것은 토지공사에 물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일이 잘못되어도 토지공사가 책임을 지려 할 것인지도 참으로 궁금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전국적으로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을 벌이면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있다. 이들이 중요하다고 선정한 전국 10대 과제들을 보면 생태, 환경, 복지 등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

난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생태계 복원’ 등이 있는데, 눈에 뜨이는 것은 생태계 훼손을 사전에 감시하기 위해 개발 결정이 내려지는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공개’와 ‘투명한 행정을 위한 참여예산제 도입’이 있다. 강원도 시민연대에서도 10대과제를 선정했는데 그 중 ‘개발·훼손에 대한 대체복원 방안’, ‘강원도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등이 있고, 그를 감시하기 위한 ‘주민참여통로 및 투명성 강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원주를 소중히 아끼는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원주시민들이 봉화산 꽃길과 신록의 푸르름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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