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장(市長)을 원한다!

이제 5월이다. 4월의 소란함을 넘어 5월은 미래 4년을 준비하는 우리 지역 일꾼들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는 달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사진과 이름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모두들 지역사회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하니 우선 반가운 일이다. 그 마음 변하지들 마시기를 바란다.

2주 전 일본 이시가와현(石川縣)에 있는 가나자와시(金澤市)를 방문하고 왔다. 올 6월 말이면 전국 225개의 지방문화원의 사무국장 제2기 공채가 시작된다. 그 공채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한 ‘지방문화원 발전 방안’ 연구진들과 함께 다녀왔다.

가나자와시는 인구 45만의 중소도시다. 이 도시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창조도시’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 도시에서 감동 받은 것은 ‘시민예술촌’이었다.

구 방직공장을 재활용해서 지역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문화생활에 대한 실태파악으로부터 출발하여, 시민의 예술창조 활동이 부담없이 즐겁게 이루어지게 하기위해 「24시간 365일, 언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게」라는 구호아래, 「시민이 주역으로,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운영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야마데 가나자와 시장이다. 폐기 처분 직전에 놓여 있던 공간을 시민들의 문화적 활동을 위해 되돌려 준 것이다.

이 예술촌 안에서 시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전국에서 행정단체를 중심으로 1천962개단체 3만1천364명이 견학을 다녀갔고 주변 주민을 포함한 시민 이용자 수가 133만2천871명 정도라고 한다. 연평균 19만명이다.

인구 45만명 중 3분의 1 이상이 아마추어 예술인이라는 것이다. 그 힘은 바로 가나자와시를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이제는 일본의 명소가 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과 현립음악당 등의 최첨단 문화시설을 짓게 하였다.

“구급차냐, 미술관이냐” 지역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야마데 시장은 미술관을 선택했고, 지역 주민들과 시의회는 동의를 해 주었다고 한다. 이제 그 미술관을 보러 가나자와에 오는 사람들로 벌어들인 돈으로 구급차도 사고, 다른 문화 관련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가나자와시는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조례도 만들고, 주민들의 시정 참여를 제도화하는 조례도 만들었다. 시멘트로 복개하였던 개천을 다시 헐고 건강한 용수가 집 주위를 흐르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었다. 전통문화였던 금박공예를 현대화하고, 경관조례 등을 제정해서 옛날 가옥과 거리를 보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전통 장인들을 육성하기 위하여 직인대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전국의 젊고 유능한 공예인들을 가나자와로 불러들여 시립으로 우타츠야마(卯辰山）공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전통문화를 고부가 가치로 재현시켜 낸 것이다. 이런 문치(文治) 덕분에 야마데 시장은 올해로 16년째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시장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문화도시는 이상이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소위 요즘 원주가 뜨고 있다고 한다.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선정되어 앞으로 엄청나게 개발될 것으로 다들 예측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가나자와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높이 올라가는 빌딩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지도자의 지휘에 따라 아름다운 합창이 될 수도 있다.

복개한 개천을 다시 뜯어내고 봉천내를 자연하천으로 복원해내고, 시민들이 1인 1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주말마다 동네에 문화장터가 열려 이웃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따뜻한 정이 가득한 그런 원주를 디자인할 수 있는 시장을 원하는 것은 나만의 꿈인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책임지는 문화시장은 아직도 요원한 그리움인가. 그래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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