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환??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회장



김 모씨는 40대 중반의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회사로부터 조기퇴직을 권고받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둔 김씨는 몇푼 안되는 퇴직금, 거기에 집을 담보로 한 차입금을 더하여 자영업을 시작하였다. 아내까지 동원되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가게가 자리를 잡을 즈음 인근에는 대형 할인점과 유명 체인점들이 들어서고 매출은 급감했으며, 그 와중에 지역 개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여 임차료는 오히려 올라 마침내 자영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결혼 10년 만에 장만한 집을 팔아 빚잔치를 한 후 인근 지역의 작은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하였다. 사방으로 수소문하여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그에게 유일한 낙은 담배와 로또 복권이었다.

지나친 흡연과 반복되는 음주 때문인지 자꾸 잔기침이 나고 새벽이면 속이 쓰린 증상이 생겼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에 참여하라는 통지서를 보내왔지만 병원에 가기가 두렵기만 하였다. 이런 와중에 혹 몸까지 아프다고 하면 무슨 낯으로 가족들을 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장 걱정거리는 큰 아이가 곧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그는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하고 닥치는 대로 비정규직일을 나서게 되었다.

아내는 김씨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고 끝끝내 동사무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정부에서 늘어난 복권기금, 경마장 수입금으로 서민복지사업을 확대한다는 언론지상의 발표를 보더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달이 난 것이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일은 야간에 대리운전으로 푼돈을 벌어, 낮으로는 화상경마장에 가는 것이었다. 벌써 며칠째 집에도 가지 않았다. 지금은 가족들이 원망하겠지만 대박 한번 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으로 김씨는 오늘 하루도 마음을 다 잡는다.

최근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화상경마장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던 끝에 상상해본 내용입니다.

소위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정리해고자가 늘고 빈곤층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출산율은 낮아지고,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기껏 선택한 대안이라는 것이 비정규직을 늘려 일자리를 확대하고, 도박산업을 양성해서 복지기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빈곤층을 양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사람들을 도박산업으로 끌어들이고, 그 와중에 더욱 밑바닥이 된 사람들에게는 도박 수익금을 나눠 주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식의 발상이요 정책인 것입니다.

얼마 전 일본의료생협 관계자 분들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일본 정부도 최근 군비증강을 위해서 복지예산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정부도 대폭적인 군비증강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동아시아 각국이 시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데 정책의 중심을 두지 않고, 사람을 해치는 군사력 증강에 혈안이 된 것입니다.

화상경마장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확산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화상경마장은 경쟁중심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희망을 상실한 사람들의 헛된 기대심리를 양식으로 자라나는 독버섯입니다.

화상경마장의 이면에는 군비는 증강할지언정 복지예산은 늘릴 수 없다는 동아시아 각 국의 패권주의, 사회복지를 강화하면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서 빈곤층의 양산을 외면하는 보수 기득권들의 후안무치, 빈곤층의 정치적 불만을 도박수입으로 무마하려는 임기응변식의 정책, 성과주의에 급급하여 돈 되는 일이면 추진하고 보는 지방자치체의 철학 없는 지역정책 등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무위당 선생이 돈이나 경쟁 중심의 사회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협동과 자치의 삶, 생명가치를 존중하며 평화를 추구하는 삶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라고 말씀하신 뜻을 새삼 되새기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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