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인(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문기사 중 정말 피하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그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이다. 특히 그것이 어린 아동에 대한 성학대라면 그 내용을 접하고 난 뒤 가슴에 남게 되는 심적인 고통과 분노의 여운 때문에 눈을 돌리고 싶을 때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아동학대 기사가 잦아지고, 갈수록 끔찍한 성폭행과 살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학대당하는 아동들은 마치 전쟁터의 죽음의 공포나 극도의 불안상태를 경험한다고 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전쟁 상황을 매일 매일 경험해야만 한다면 어떨까? 더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안한 안식처로 여기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한다면 말이다.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이유도 모르고 그저 당해야만 하는 아동들의 삶에서 ‘희망’이나 ‘미래’는 없으며, 오로지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가 될 것이다.

지난 2년여 간 원주시아동학대예방센터 전문위원으로서 불가피하게 접해야만 했던 원주시의 아동학대 사례들은 매번의 사례가 최악의 경우로 여겨질 만큼, 극단적이고 해결이 힘든 것들이 많았다.

대책마련에 한계를 느껴 마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한 사람의 인간이 올곧게 성장하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것이 진정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해본다.

배우자 폭력이나 반인륜적 범죄사례를 접할 때에도 이런 생각이 새삼스러워지긴 마찬가지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행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반면 스스로의 삶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심성이 병들고 왜곡된 사람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옥을 경험하게 한다.

비뚤어지고 기형적으로 자라난 나무 주변에서는 어린 나무들이 햇빛을 보려고 옆으로 비틀리며 자라든가, 제대로 발육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자란 나무가 다른 나무의 성장을 왜곡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마치 학대의 불행이 세대를 통해 전수되는 것과 같다.

히틀러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심하게 폭행당했었다는 것도 하나의 예이다.??

원주는 주변의 자연환경을 자랑거리로 삼아,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갖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환경오염 못지않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마음이 병든 한 사람이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미치는 오염의 해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그럴싸한 말을 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갈수록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혹시라도 나의 부족함으로 누군가가 불행을 경험하지는 않는지, 나 자신을 잘 간수하며 살고 있는지, 삶의 진도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지난 2004년 원주시의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강원도에서 춘천 다음으로 높았다.
그러나 원주센터의 개소일이 그해 9월인 점을 고려하면, 어쩌면 아동학대 실제 발생률은 원주시가 가장 높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수치는 푸른 산에 둘러싸여진 원주시의 청정한 환경과 너무나 상반된다. 맑은 자연과 건강한 원주시민의 정화능력으로 아동학대의 오염이 사라지길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