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그들만의 잔치?
2006년 민선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한겨울 추위가 무색하게 벌써부터 선거열기가 뜨겁다. 모처럼 집에 있는 날이면 여론조사를 하는 전화에 짜증이 날 정도이고 지역신문에는 연일 출마예상자들의 그렇고 그런 얼굴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2010년까지 강원의 미래를 책임질 도지사와 도의원, 시장, 군수 시군의원들을 선출하는 ‘5 31지선’에 도내 전역에서 700여명의 입지자들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속에 여성들의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다.
1995년 주민의 손으로 첫 민선지방선거를 치룰 때 비로소 풀뿌리 생활정치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지방자치의 모습은 어떠한가. ‘풀뿌리 지방자치’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이며, 중앙정치의 구습을 그대로 답습하여 연고와 이권, 부패와 무능이 판치는 또 하나의 구시대 정치판이 지역에서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다.
2005년 현재 지방의회에서의 여성의 정치참여는 기초자치단체장 0.4%(2명), 광역의회 9.2%(63명), 기초의회 2.2%(77명)로 지역 여성들의 대표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원주지역은 더 부끄럽게 23명의 기초의원 중 여성의원은 한 명도 없다. 이러한 지역 여성들의 낮은 정치 참여율은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여성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 수준을 떨어 뜨려 국민통합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돌봄노동’을 담당해 왔던 여성들은 지방자치를 통해 어떻게 지역을 바꾸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부모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질 높은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일, 노인과 장애인 복지시설 확대와 지원을 통해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일, 과도한 돌봄 노동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갖도록 해 주는 일, 유모차나 휠체어가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도록 도로를 정비하는 일,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급식체계를 만들고 유해환경을 정비하는 일 등 ‘돌봄의 시각’에서 보면 지역은 해야 할 무수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의 주된 생활자인 여성들은 지역문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미 지역의 학부모회, 지역 환경모임등 지역에 기반한 풀뿌리 조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조직내에서 공적인 지도력을 발휘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지역문제의 대변자로서 여성이 기초의회에 진출하여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의회행정에 반영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정치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정치는 돈 있고 권력 있는, 잘나가는 사람들의 경쟁의 장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필요에 정확하게 응답하는 정책을 만드는 봉사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여성들은 지역의 환경·교육문제, 지역의 각종 자원봉사 활동을 주로 담당해 왔지만 단지 지방의회의 2.2%만을 대표할 뿐이다. 그 결과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정치로 표류하게 되었다.
이제 여성들이 지방의회에 들어가 주민들의 요구, 여성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시키고, 주민들의 참여에 기초한 풀뿌리 생활자치를 이루어가야 한다.
보다 많은 여성후보들이 자신감을 갖고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 희망을 만드는 선거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용정순  전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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