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이 요즘처럼 중요한 이슈와 논쟁의 소재꺼리가 된 적이 또 있을까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낮은 출산율로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범국가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하고 각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더니 요즘은 난자에 대한 의혹, 난자출처에 대한 해명, 난자의 자발적 기증 등등으로 온통 난자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구조의 개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여성의 몸이 우리 사회의 주류의 문제로 떠올랐음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국력을 키우는 것이고 애국하는 것이라더니 엊그제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이후는 난자를 제공한 여성이여 그대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하고 연일 늘어나는 난자기증자의 숫자를 애국의 척도인 냥 보도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성으로서 애 많이 낳아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여성으로서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해 생명공학발전에 기여하여 국익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 사회에서 우리 여성의 몸이 국가 경쟁력을 위한 자원으로 여겨져 온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여성의 몸이 조공으로 바쳐져야 했던 것은 물론 외적의 침입에 가장 먼저 침탈의 대상이 되었으며 때론 방패막이의 역할을 하여야 했다.
60~ 70년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아이만 많이 낳지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는 것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가족계획 정책의 대상도 바로 여성의 몸이었으며 최근의 출산장려정책 또한 여성의 몸을 대상화 한 것이다.
특별한 자원이 없어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 성과는 그야말로 부시를 한방먹인 쾌거였으며, 수많은 장애를 가진 사람, 불치병, 난치병 환자들의 생명수와 같은 소식이었으며, 금시라도 부~ 자 나라로 만들어 줄 동아줄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세계적으로 배아복제 줄기 세포 연구가 ‘배아파괴’라는 윤리적 우려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연구를 포기한다는데 어떻게 수 백 개의 난자를 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는 반국가적 행위로 여겨졌다.
더욱이 국가의 경제발전, 치료받고자 하는 환자의 권리, 국가경쟁력 제고, 국가 간 경쟁 등의 국민 국가적 논의가 주도하는 한국에선 생명윤리에 입각한 목소리가 무시당하고 여성의 몸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자원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명공학발전을 경이로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난자 채취가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간과되어 버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인권도 윤리도 별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식의 왜곡된 애국심은 여성의 몸을 얼마든지 국가 경쟁력의 도구로, 연구목적으로, 돈벌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라면 진정한 발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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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