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도심지는 출퇴근길에 이미 교통체증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이런 저런 개발로 원주의 산천이 파헤쳐지는 것을 보면 조금 덜 편리하게 살더라도 30만 정도의 아담한 도시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그러나 낙후된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원주가 혁신도시로 선정되는 것이 ‘최적’이라는 관찰자의 입장도 가지고 있다. 혁신도시 선정에 대한 개인과 관찰자의 입장과는 별개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입장도 가지게 되었다.
혁신도시 선정위원은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공공기관을 받아들이는 광역단체에서 반을 추천하고 이전의 당사자인 공공기관이 반을 추천하도록 되어있다. 이 규칙에 따라 강원도는 강원도의 10개 대학 총장이 추천하는 10인의 위원을 추천하였고, 공공기관은 자신들의 노-정 협의회에서 3인을 추천하고, 7개 공공기관이 개별적으로 1인을 추천하여 총 10인을 추천하였다.
공공기관의 추천과정을 보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통계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무작위 방식이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도시를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특정 위원들이 선별될 가능성은 누가 보아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선정위원은 선정을 의뢰한 이전 당사자인 공공기관의 이해관계를 일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순리이지 특정지역이나 특정대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다. 그런데, 혁신도시 선정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춘천시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공공기관에서 추천한 위원 중 특정대학 출신이 4명 있으므로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강원도지사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선정위원 전원을 해촉하였다.
선정위원을 해촉한 도지사의 입장이 있을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한 시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만의 입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제기의 당사자가 된 특정대학의 입장도 있다. 특정대학이 선정위원 선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 특정대학 출신의 선정위원도 그들 스스로 선정위원이 되겠다고 나선적도 없다. 소위 전문가 집단 구성원을 출신학교 구성비로 보면, 무작위로 뽑힌 그 수자의 비율이 나오게 되어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특정대학 출신 선정위원이 전문가적 식견과 양심을 버리고 특정지역을 유리하게 편들 것이라고 사전적으로 단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진리와 자유’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특정대학과 특정대학 출신 선정위원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선정위원 해촉사태는 새로 선정될 선정위원이 일방적 ‘명예훼손’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특정지역을 ‘역차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정위원 해촉사태를 보면서, 강원도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단 스스로가 ‘연고주의’ 와 ‘지역주의’라는 전근대성에 함몰되어 있다는 인식을 저버릴 수가 없다.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벌어진 비열함도 한 몫 했을 터이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명예훼손을 당한 특정대학은 아직 한마디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
◇권명중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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