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연 평화교육개발원장

서울을 중심으로 연합고사에 의한 고등학교 추첨제입시(고교평준화)가 시행된지 30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우리강원도에서는 평준화제도의 재(再)도입에 대한 기(氣)싸움이 심각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미 재반자료와 여론에서 결론이 나 있는 문제를 가지고 국력(國力)낭비의 우(愚)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1976년 12월 28일자 모 일간신문 사설(社說)에서 다음과 같이 설파(說破)한 바 있었습니다.
‘일반의 예칙과는 달리 발표된 77학년도 대입예시결과는 고교 평준화 시책이 단행됐던 서울 부산지역 출신 응시생들의 성적이 여전히 타지역보다 높을 뿐아니라 합격자가 출신학교별로 골고루 분포(分布)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연합고사에 의한 고교 추첨입학제가 적이 희망적임을 입증 했다. …중략…고교평준화 시책이 실시된 양(兩)지역 고교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일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고교경쟁입시에서 평준화로 전환해야 할 이유로서 당시 문교부는 극도록 과열된 고교입시 경쟁으로 비인간화(非人間化) 교육의 성행(盛行), 망국적 과외열풍, 빈부(貧富)계층간의 심각한 위화감 등으로 열거하였으며 그 후 계속해서 고교평준화는 확산되어 우리 강원도도 춘천은 1979학년도부터 원주는 1980학년도부터 시행되어 10여년간 연합고사에 의한 고교추첨입시제가 그 진가(眞價)를 발휘하여 고교 입시경쟁때 보다 각 중학교에서 고교로 진학한 동창생들이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된 친구들과의 돈독(敦篤)한 우의(友誼)가 지속되어 학교간 격차(格差)의 담을 허물고 통합(統合)의 아름다운 성장(成長)을 경험하는 듯 보였습니다.
단 한번의 입학시험에서 몇 점 차로해서 성적순으로 줄세워졌을때 아직 심리적으로 유약(柔弱)한 청소년 시절에 좌절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많아지면 그 만큼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 원주 지역에서도 평준화 시행후 학교간 격차도 줄어들었고 소위(所謂) 서울대학을 위시한 명문 대학의 진학률도 고교경쟁입시때 보다 높아지고 중학교 교육이 보다 정당화 되었으며 과열과외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고입재수생이 거의 없어지는 등 큰 성과를 거둬 정착되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평준화가 진행되었음에도 교육감의 재량에 맡겨지자 1990년 지역주민들의 반대(학부모 73.65%, 교사 63%)에도 불구하고 1991년 경쟁입시가 강행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더욱 심한 소외(疎外)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경쟁입시의 결과 각 고등학교로 진학한 1학년 제자들을 여름방학때 한자리에서 만나 보고 싶어서 제자들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였더니 “선생님 ○○고등학교 아이들도 온다고 했습니까?”라고 묻기에 “모두 만나 보고 싶어서 오라고 했다”라고 말하자 “우린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제자들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지역내 고교경쟁입시제가 친구들끼리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마음의 장벽들을 쌓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품격(品格) 높은 지성인들도 성과에 따라 줄세워 지정한 자리에 앉도록 한다면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잠재능력의 도출이 늦어 현시점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일지라도 긍지(矜持)를 지니고 발분(發憤)할 수 있도록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배려와 관심을 갖는 결단이 절실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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