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위치한 한 대학이 원주에 분교를 설립하여 대학을 부분 이전하려 함에 따라 그것이 지역사회를 위해 득이 될 것이라고 보고 대학유치에 적극적인 주민들이 있는 반면에, 대학이전을 반대하는 운동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지역에 대학이 설립된다면 지역 성원 누구나가 다 환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그러한 환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우리사회의 대학들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그 동안 대학의 설립이 남발되어 왔다는 점에 있다. 대학다운 대학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대학들의 설립을 정부가 용인해 왔고, 무분별한 대학의 팽창을 교육부는 마치 인심이라도 쓰는 듯이 허용해 왔다. 그러한 대학 팽창도 순수한 교육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대학 운영이 또 하나의 사업으로 간주되고 확대재생산된 것이다. 그것은 한 동안 대학의 운영이 안정적인 사업이요, 망할 위험이 없는 사업으로 간주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관료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 없이 그러한 이권을 나누어주는 권력만을 행사해 왔던 것이다.
고교졸업생이 줄어듦에 따라 대학 입학정원이 대학지원자수 보다 많은 상황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오늘날 한국 고교졸업생의 82.1%가 대학을 진학하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학진학율을 보이고 있지만,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고교졸업생은 더욱 줄어 들 추세이기 때문에 대학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많은 지방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며, 많은 대학의 퇴출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위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속초에서 위기를 겪는 대학이 원주로 온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원주에 있는 여러 대학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많은 돈을 투입하는 대학이전은 이전하는 대학 자체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뿐이며, 원주에서 지역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대학의 위기도 더욱 심화시킬 뿐인 것이다.
더욱이 원주로 이전하려는 대학의 경영자는 속초에도 또 다른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 포천과 평택에도 대학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학 재벌이다. 하나의 대학을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대학을 하나의 사업으로 간주하고 동일인이 여기저기에 대학 설립을 남발한 주역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또한 교비유용과 부동산 투기의 의혹을 받고 있어 언젠가 대학 분규의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대학인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원주 이전을 환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대학 구조조정의 시기에는 원주에 대학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기존의 대학들의 안정적인 생존 여부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매우 어려운 냉혹한 상황이지만, 지역의 대학들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며, 지역 시민들은 이러한 대학들의 생존 노력에 더욱 성원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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