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중  (연세대 경제학 교수)

한국은행 강원본부에서 조사한 강원도 중소기업인들의 올해 하반기 경기에 대한 체감조사는 ‘먹구름’이 몰려올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하고 있다. 기름 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고 있고, 기대했던 내수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으니, 강원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의 ‘느낌’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중소기업인들의 어려움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10 년 전쯤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 주최한 ‘중소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나온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자금문제’, ‘판로문제’, ‘인력문제’ 등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이후에 중소기업청도 생기고 대통령 직속으로 장관급의 위원장이 주관하는 중소기업특별위원회도 생겼다. 지난 10년 시도 때도 없이 중소기업지원 정책이 발표되었고, 시행되었다. 그런데도 10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들은 10년 전과 똑같이 ‘자금문제’, ‘판로문제’, ‘인력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강원도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강원도 중소기업인들 스스로가 강원중소기업의 기술수준이 수도권에 비해 평균 약 68% 수준에 이른다고 고백하고 있다. 강원도는 인구가 적고, 지역이 넓어 강원도 내수기반이 튼실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국가들 사이에 국경도 없어지는 판에 수도권, 중국, 동남아의 중소기업 업종 물건들이 몰려드니 그나마 있는 조그만 시장도 나누어 먹어야 할 판국이다. 이런 사실을 반영해서 중소기업의 수익률이 2%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되었다. 이것은 요새 같이 싼 5~6%의 은행이자를 빌려서 장사를 해도 은행이자도 감당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중소기업들 기를 살린다는 자리에 가보니 이구동성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외쳐대고, 정치적 영역에 있는 자치단체장은 이런 외침을 외면하기 힘들다. ‘외침’과 ‘정치적 대응’이 지난 10년 동안 곪아 왔던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고, ‘진통제’ 투여만으로 지금까지 끌고 온 결과이기도 하다.  
당장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도 바쁘고, 매출은 없는데 고정 지출은 계속 나가야 하니 빚 얻으러 다니기에 바쁜 중소기업인들에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 볼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정부도 못 믿고, 아무도 의지할 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라도 혼자 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왜 이렇게 생각해야만 하느냐 하면 세상이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시세말로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대한 기회는 더 많이 다가올 수 있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중소기업이 조정할 것이 무엇이 남아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고, 해외로 물건 팔러 뛰쳐나가는 것부터 다 집어치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구조조정이다. 물론 훈수 두는 제3자가 하기 쉬운 말 일 수도 있다. 그래도 입에 쓴 말을 주워 담는 것은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와 국민경제가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길 밖에 없다는 점이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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