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순  (전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거리마다 원주가 기업도시 시범지구로 지정된 것을 반기는 현수막이 장마비에도 아랑곳 없이 펄럭이고 있다.

불법현수막 운운하는 목소리도 이럴땐 잔치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웃어넘길 만큼 너그러워진다.

이젠 강원도에 배정된 공공기관을 원주에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때라며 공무원도 의원들도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혁신도시니 기업도시니 공공기관이전이니 공약도 많고 정책도 많은 만큼 뭐가 뭔지 구분이 어려워 혼란스럽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 최대한의 것을 유치하는 것만이 당면과제이고 부작용들은 차차 최소화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리 속에 어떤 주저함도 반론도 들어설 여지가 없다.

팍팍하고 고단한 삶 속에 기업도시나 공공기관 이전 등이 뭔가 지금보다는 나은 내일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나 또한 설레이지만 한편으로는 피리소리에 홀려 정신없이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슬며시 불안감이 삐져 나오기도 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중앙집권적인 국가구조를 분권적인 구조로 재편하기 위한 경찰제도, 교육제도의 분권적 개편과 사무, 재정분권이 논의되고 있고, 기업도시와 같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 사회적·경제적 힘을 지방으로 분산하여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다각적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지방재정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되어 행정자치부가 매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주던 예산편성지침이 폐지되고 훈령으로 바뀌었다. 실질적인 분권·분산지향의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중요한 또 다른 한 축은 시민참여이다. 시민의 참여를 통해 민주적 지방자치 또는 시민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살림살이에 대한 재량권이 커져 잘 사용하면 지금보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이 향상될 수도 있지만, 반대일 경우 오히려 예산만 낭비되고 지역주민들의 삶은 그대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역내에서 정책결정구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한되어 있고 남성, 기업인,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여성, 사회적 약자들은 정책결정구조에서 소외되어 있고 생활자의 이익보다는 부동산 소유자의 이익, 사업자의 이익이 정책결정과정에 있어서 우선시되기 쉽다.

또한 가시적 성과위주의 개발지향적 정책은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가져오고 지역복지정책을 후퇴시킬 수 밖에 없다.
지역주민의 관심에 민감하게 성평등적, 복지적, 친환경적 지역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지역사회의 이해관계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만큼의 집단적인 세력화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민참여가 지방분권을 이룰 핵심적 키워드이다.

최근 원주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발의의 조례제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토요일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단관공원에서 지역주민을 상대로 보육조례, 급식조례를 설명하고 서명운동을 하였다.

물론 다른 법과 달리 자치법규는 강제성이 없다. 그러나 지역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지역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자치법규를 준비하고 제도화해 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 스스로 자치와 분권의 시대에 걸맞는 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한 과정이자 자치단체의 권력을 주민에게 나누는 진정한 분권의 과정이며,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꾸려나가기에 걸맞은 주민의 세력화 과정이기에 더 없이 자랑스럽다.

자, 그럼 이제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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