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중 (연세대 교수)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공공기관이전 계획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강원도에는 13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한다고 하고, 각 시군에서는 서로 강원도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 시군이 공공기관을 서로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는 큰 안목으로 보면 공공기관의 이전이 각 시군의 발전에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쯤해서 공공기관이전을 각 시군에 가져오는 문제에 눈이 팔려 정작 공공기관이전 효과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눈감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수도권 규제완화문제이다.

공공기관이전이 꼭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불편함이나, 공공기관을 떠나보낼 때 공공기관 주변의 음식점들, 세수입이 감소해야하는 자치단체들의 ‘아픔’이 있을 것이다.
또 공공기관과 그 하급 단체들이 공간적으로 분리됨으로써 행정적인 비효율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 정책에 동의하는 것은 이렇게라도 해서 지방도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대의(大義)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이전 발표와 함께 슬그머니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들리는 소문은 공장총량제도 완화한다고 하고, 첨단산업분야에 한하여 수도권규제를 완화한다고 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내 공장설립을 허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수도권 주변에 택지개발도 계속적으로 허용해서 그 수가 28건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공장건축 총량제는 수도권에 건축할 공장 총량을 정해 놓고 그 이상은 허가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새로운 공장을 지을 기업들이 강원도로도 오고 경상도로도 가고 그랬었다. 그런데, 이것이 완화되면 강원도로 계속해서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또 강원도에서 전략산업을 육성하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굵직 굵직한 외국투자 기업을 하나라도 유치하는 것인데, 그런 노력에 어려움이 더해지지는 않을 것인가?
또 강원도가 소망을 가지고 육성한다는 전략산업이 첨단산업인데 수도권에서 첨단산업이 바로 육성되면 강원도 전략산업은 문제가 없을까?
공공기관을 이전해 놓고 강원도 코 밑에 대규모 택지개발을 해 놓으면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가족은 다 거기에 살고, 강원도는 낮에만 근무하러 오는 공공기관(空空機關)은 되지 않을까? 만약 이 모든 우려가 사실이라면 공공기관이전은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가?

수도권을 언제까지 묶어둬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도권도 잘 되어야지 국가경제가 발전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방경제 육성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한다고 해놓고 바로 지방경제를 어렵게 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정부정책이 ‘모순’이 아닌가? 수도권 규제도 언젠가는 풀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공공기관을 받는 강원도나 각 시군도 공공기관 오는 데만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함께 가족도 오고, 기업들도 같이 올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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