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순  (전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결혼하고 나니 “왜 애를 낳지 않느냐?”는 질문과 의혹의 시선이 끊임없이 따라다니더니 아이 하나 낳고 나니 이젠 왜 둘째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는 아기수를 말하는 합계 출산율이 1.19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에는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현재의 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출산장려금, 축하금, 양육비 지원, 출산농가 도우미 지원, 자녀를 많이 낳은 가정에 다복왕 시상등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시군들이 저마다 출산장려 인센티브제 실시에 나서고 있다.

원주시도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올해 1월 1일 이후 읍면에서 아이를 낳게 되면 1인당 1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지급하고 있다.(원주투데이 5월 23일자) 또한 원주시 모 여성단체는 오는 여성주간을 맞아 여성의 권익신장과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원주여성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하면서 ‘자녀많이 낳은 자랑스런 어머니’를 발굴하여 시상하기로 하였다.(원주투데이 5월 20일자) 아이를 많이 낳는 여성이 여성의 권익을 신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여성의 역할과 의무가 출산과 양육이라는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다 하지 않은 결과이고 아이를 하나만 낳은 여자,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등등은 반국가적이고, 이기적인 여자가 되고 마는 거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의 결혼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123운동이나, 출산장려나 보육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선진국처럼 이민을 받아 들이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국무조정실의 논의나, 결혼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이니 ‘독신세’를 매기자는 주장이나, 불법낙태를 줄여야 해결된다는 이야기나, 여성의 고학력화와 사회참여가 출산율을 낮추니 현재 시점에서 여성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출산 장려금 몇 푼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방안이나 모두가 왜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가에 대해 여성의 입장에서 고려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노동력 부족, 소비주체의 감소,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또 다시 가족계획으로 여성의 출산력을 통제하려고 했던 과거방식 그대로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이 일하느라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통념은 옳지 않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스웨덴 등 동유럽 나라들의 출산율이 그렇지 않은 한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보다 높다.

위기의 고령국가에는 ‘마초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이냐 아니냐를 선택해야 하는 사회는 절대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또한 각종 출산과 육아지원만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탄탄한 공교육 및 노후보장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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