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중(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2004년 현재 노인인구는 417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8.7%나 되는데, 이 수치는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부터 15년 후인 2020년경에는 노인인구가 731만 명까지 늘어나 전체인구의 15%까지 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 때쯤 되면 의학이 발전해서 사람들이 평균 80세까지는 산다고 한다.(현재 평균수명은 76.5세)
전체인구 중에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우선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해서 생산은 줄어들고 노인들의 삶을 지탱해 줄 복지예산은 더 많이 들어가게 되어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부터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2007년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도 실시한다고 하고, 농어촌 노인복합단지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는 중앙정부도 잘 해야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방정부들도 준비해야 할 것 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젊은이 들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다 떠나보내고 노인들만 남아 있는 농어촌을 관할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노인들이 다수가 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더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령화 사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보다 노하우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제들이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인구가 늘어 날수록 노인들의 만성질환 환자수도 늘어난다. 그런데 노인들의 만성질환 유병율은 대도시 (68%) 보다 중소도시(84%)나 농어촌(81%)이 훨씬 높다. 따라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에 대한 필요가 지방에 더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체력적 부담이 과중하지 않은 노인 친화형 일자리 공급에 대해서도 도시 보다도 농촌이 더 좋은 입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과 같이 고도의 집중력과 속도를 유지하는 업종은 노인들에게 알맞은 일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본인의 사정에 따라 일의 속도와 집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농업’은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지금의 농촌에서 농업은 노인들이 대부분 해내고 있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노인들에게 어떤 종류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지방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예로 들은 노인전문병원이나 노인일자리창출 이외에도 지방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대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우선 위의 두 문제만이라도 지방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중앙정부의 정책을 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영월군 주천면에 들어서는 농어촌 복합노인복지단지 시범사업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이 시범사업의 핵심내용에  노인의료요양시설과 노인생산시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통해서 지방이 고령화 사회에서 하여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준비해 보는 좋은 학습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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