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욱  (상지대 교수)

한국 사회학계의 원로이시고, 한국 여성계의 대모이신 이효재 선생님은 이화여대를 정년퇴임하시고 고향인 진해에 내려가 살고 계신다. 진해에 내려 가셔서도 쉬지 않고 연구도 하시지만 지역을 위해서도 많은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으로 노력하셔서 결실을 맺은 일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던 중 한 TV 프로그램에서 했던 기적의 도서관 만들기 사업과 결합되어 진해 기적의 도서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원주에서도 한 시민의 노력으로 그림책 버스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또 그림책 버스가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여 다행스럽다.

하지만 도서관을 확대하는 문제는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서 어린이들과 지역의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은 다른 어떤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도 더욱 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그런 만큼 중앙 정부와 지자체들은 당연히 도서관의 수를 늘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들과 학생,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고 꿈을 키우고 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관 얘기가 나오면 예산 부족을 탓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말 예산이 부족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는가 하는 문제이다. 도로 건설보다도 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더 중요한 일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또 도로 건설을 위한 예산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예산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원주에서도 단계동과 우산동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산다. 그 사이에서 눈에 뜨인 일을 거론해 보자. 아마도 재작년 아니면 그 한해 전쯤에 진행된 공사로 기억하고 있는데, 단계동에서 우산동으로 가는 길에 철길을 지나면서 골목으로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하천을 복개하는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예산이 30억원 정도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천을 살리기 위해 이미 복개했던 것도 뜯어내는 세상인데, 왜 복개 공사를 하는 것인가. 하천이 지저분하다면 그 하천을 살리는 일에 예산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그 공사를 보면서 저 돈이면 작은 도서관 6개는 지을 수 있다고 여러 번 한탄하였다.

당시 원주의 땅 값 수준으로 볼 때 5억 정도를 들이면 작은 도서관 하나는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지역 구석구석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초등학교 정문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하나씩 만들어져서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함께 애용하는 날이 오기를 꿈꾸어 본다. 단지 꿈만이 아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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