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중  연세대 경제학 교수

충절의 고장 영월의 단종 문화제를 다녀왔다. 이 축제가 1967년에 시작됐다고 하니 횟수로 따지면 불혹(不惑)의 나이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연륜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축제 중에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3일간 진행된 축제 내용을 보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축제’나 독일 뮌헨의 ‘비어 축제’에 빠지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볼거리와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있었다. 단종과 사육신과의 만남과 같은 상상력이 발휘된 이벤트도 있었고, 콘서트와 마당극과 같은 대중적 볼거리도 있었으며, 씨름대회, 칡 줄다리기와 같이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다.

또 지역축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배려로서 단종과 관련된 학술 세미나도 있었다. 3일 내내 참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파악은 안 되지만 군민들의 참여도도 높아 영월군민을 위한 지역축제로서는 성공한 축제라는 느낌도 받았다.
엄동설한(嚴冬雪寒)으로 움츠렸던 자연만물들이 봄기운을 맞아 ‘생기’를 더하는 것과 같이, 지역축제가 영월군민에게도 새 봄을 맞아 생기를 주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축제를 여는 진정한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축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 단추하나를 채우지 않고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60~70년대 국가행사를 치룰 때의  동원되고 관리되는 행정축제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일까? 꼭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무엇일까? 아마도 축제나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 않아서일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축제의 하나라면, 에딘버러나 뮌헨 축제처럼 거리에 영월군민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인천에서, 대구에서, 목포에서, 심지어는 삿뽀로, 워싱턴, 파리에서 온 사람들로 꽉꽉 메워져야 하지 않을까? 왜 그것이 안됐을까? 축제의 내용이 부실해서 일까? 그렇지는 않다. 세련미야 세계적 수준에 견주어 보면 좀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행사내용은 지역축제가 갖추어야할 요소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다. 그러면 왜 안됐을까? 문제는 마케팅에 있는 것 같다.

군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축제를 텔레비전이나 중앙지에 광고할 수 있는 정도의 재정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역축제를 수도권과 전국에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다른 마케팅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단종의 삶과 죽음’은 ‘인생살이의 궁극적 가치’와 ‘인생의 희극과 비극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왕권을 둘러싼 혈육들 간의 암투와 살육, 왕과 신하들 간의 의리와 배신, 죽음의 극적반전, 용기와 권선징악 등은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교훈과 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뮤지컬이나 오페라로 왜 못 만들까? 만들어서 이것을 ‘예술의 전당’에 올려서 흥행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 단종애사의 오페라가 성공해서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되는 날 ‘단종문화축제’도 성공하지 않을까?
지식이 자본인 세상에서 이와 같은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만이 지역축제를 세계적인 축제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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