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순  전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토요일 프로그램 신청 못하게 눈치를 주나봐”

“이름이 그게 뭐야, 뭐 버려진 애들만 가는데야,”

“애를 어디 맡길 대책은 없고, 혼자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일했지”

모처럼 만난 자리가 무슨 주5일 수업 성토 자리처럼 되고 말았지만 지난해 이미 그 홍역을 치룬 나는 조금은 느긋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을 수 있었다. 토요일에도 출근해야 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로 신청서에 동그라미를 해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아이가 신청서를 다시 들고 왔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그냥 자기 혼자 집에 있겠다며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거다. 알고 보니 신청자가 한 반에 절반 이상이 몰렸고 예상치 못한 인원에 학교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게다가 체험학습 보고서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이 높자 일기 정도에 기록하는 걸로 대체가 되었다. 지난해 원주관내 4개 초등학교, 중·고교 각각 1개소에만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주5일 수업이 지난 26일부터 모든 초 중 고교에 월1회 전면 시행되었다. 연차적으로 2006년에는 월 2회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사회 변화와 창의성이나 감성 등을 중시하는 새로운 학력관의 등장과 자기 주도적 학습 등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이 주5일 수업시행의 배경이라고 한다. 역시 가장 주요한 요인은 주5일제 근무 시행에 따른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정부는 2003년 9월15일자로 주40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하였다. 이에 따라 작년 7월에는 공기업, 금융·보험 및 1천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 갔으며 오는 7월 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이 학교 단위에서는 주5일 수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OECD 가입 국가 중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의 노동시간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여가 생활등 건전한 소비가 늘어 문화 관광 등 내수산업이 성장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어 실업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취지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주같은 중소도시에 공무원이나 금융업등에 종사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이며, 1천명 이상의 사업장이 몇 개소나 될 것인가? 대부분이 5인 이내의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거나 자영업 내지는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다. 더욱이 하루벌어 하루 살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는 주5일 근무제에다 주5일 수업까지 이어져 위화감과 함께 아이 돌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부산의 동부교육청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부산시내를 돈 뒤 주요관광지와 유적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어린이회관에서는 과학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고, 도서관에서도, 평생교육원에서도 다채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주5일 수업에 맞추어 시행한다고 한다.

그나마 살만한 사람들의 떠넘기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으려면, 행정은 있고 그 속에 사람을 고려치 않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행정당국과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이제라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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