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순  전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배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농담으로 사촌이 땅을 샀냐고 했더니 정색을 하고 묻는다. “엄마, 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 그렇잖아도 땅 때문에 말도 많고 배도 아픈 판인데 왜 아프냐고 물으니 은근히 부화가 나면서도 예기치 않았던 질문에 말문이 막혀 머뭇거릴 수 밖에. 그렇다고 남 잘되는 꼴 보기가 싫어 배가 아픈거라는 속물스런 맘을 아이앞에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는 싫고 “그러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땅을 샀는데 왜 배가 아픈건지 모르겠네. 축하해 주어야 할 텐데”라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작년 2월에 취임해 1년여 만에 결국 물러났다. 지난 달 24일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부동산 분야만 재산이 7년만에 46억원이 불어나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고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거진지 2주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국회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의원 294명의 재산변동 신고내역을 공개한 결과 1억 이상 재산이 증가한 국회의원이 65명에 이르렀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재산공개 때에 비해 재산증가의원의 비율은 높아지고, 감소의원 비율은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잘 몰라 내 기준대로만 하면 사실 빚지고 살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은게 요즘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보통의 월급쟁이가 한달에 얼마를 저금하고 몇 년을 모아야 소위 ‘억대’가 될 수 있는건지 나로선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버둥거리고 일해봐야 열심히 일해서 돈 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거란 걸 아주 진작에 깨달았다. 적어도 한 해에 억 단위는 벌고, 몇 년만에 40억을 넘게 버는 사람도 있는데 한두푼 모으는 것을 어찌 번다고 말할 수 있으랴. 그러니 한국사회에선 ‘돈을 벌려면’ 로또를 사거나 아니면 부동산 투자를 하는 수 밖에 없고 이헌재 총리의 부동산투기를 비난하는 신문기사 밑에 부동산 재테크 방법에 대한 기사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원주도 어느때 부터인가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좋은 땅이 있다는 전화가 짜증스럽게 하고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며 아파트 값이 들썩거린다. 지난해 12월 현재 주택 매매 가격이 전국적으로 전년에 비해 2.1% 하락한 반면 원주 아파트의 경우 8.9%가 상승했다. 올해도 원주시에는 5천900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택투기지역 지정 후보에 오를지도 모른다고도 한다.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500을 넘어선지는 벌써고, 당첨된 아파트를 되파는 방법으로 쏠쏠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니 입주하기도 전에 소위 ‘프리미엄’이란게 붙어 집값을 부풀린다. 땅에 비하면 아파트는 새발의 피다. 웬만한 땅들은 벌써 서울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상위 1%의 지주가 전국 땅의 45%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건 아니지만 돈은 서울 사람들이 벌고 원주사람들은 재주만 넘고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부풀려진 땅값과 전월세값 상승, 그리고 집값 상승은 그대로 우리 서민들의 부담이 되고 마니 사촌이 부동산 투기를 하면 배가 아픈게 아니라 화를 내야 할 일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 개미는 허리 디스크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대요.’라는 각색된 동화가 나오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건 너무나 급진적인 사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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