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중  연세대 경제학 교수

수도권과 지방간의 경제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과학에서도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는 수도이전과 같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책을 내놓기도 하고, 공공기관이전이나 산업클러스터와 같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수도이전이나 공공기관이전 같은 정책은 제로 섬 (zero-sum)게임과 같아서 이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시행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런 정책이 정말로 집행이 될 수 있는지는 먼 시간을 두고 지켜 볼일이다. 그러나 산업클러스터와 같은 정책은 정책의 시행으로 당장은 손해 보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미 집행이 되고 있는 정책이다.

산업클러스터 정책의 핵심은 산-학-관의 네트워킹과 협력이다. 산-학 협력의 네트워킹 사례를 둘러보기 위해서 산-학 협력의 모범 사례로 널리 알려진 일본 이와테 현과 이와테 국립대학을 지난달에 다녀왔다.

이와테 현은 일본 동경에서 북동쪽으로 250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인구가 150만 정도에 강원도와 비슷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이 산학협력의 모범사례가 된 이유는 물론 이와테 국립대학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지역기업과 효율적으로 연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전형적인 산학협력의 형태보다는 대학이 지역의 비영리기관 (NPO: Non Profitable Organization)을 육성하고, 매개하고, 활용하는 중개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감명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강원도와 원주시가 산학협력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 배워야할 모형이 바로 그와 같은 모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산-학 협력을 이야기 하지만 강원도내 기업의 99%이상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 말해 주듯이 강원도나 원주시 또는 원주 인근 지역을 보면 대학이 협력을 할 변변한 기업들이 없다.

산-학 협력으로 성공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스웨덴 시스타, 핀란드 울루 등은 세계적인 기업이나 기술력을 갖고 있는 탄탄한 중견벤처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한 것이었다. 탄탄한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클러스터를 모방해서 만든 대부부의 산업클러스터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런 사실들을 잘 복기해 보면 강원도와 같은 곳에서 해야 할 산-학 협력이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지 대강 윤곽이 잡힌다. 대학이 협력할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산-학 협력이 가야하는 형태는 기업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는 형태가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강원도의 입지적 여건을 보면 대기업이나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효율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와테 현의 이와테 국립대학처럼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지연산업의 핵심이 되는 비영리기업(NPO)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그것을 관광 자원화하는 것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경제의 법칙’에 맞는 산-학협력 정책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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