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오신 72세 박모 할머니는 한쪽 무릎이 붓고 안쪽으로 휘어있다. 무릎의 앞쪽 뿐만 아니라 뒤쪽도 당기는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는 정도다. 걸을 때는 처음에 디디기가 힘들고 좀 걸어가다보면 다리 전체가 어둔해 지면서 앉아서 쉬어야만 한다. 그런대로 지내 오시던 중 지난 여름 집 목욕탕에서 한번 넘어진 이후로는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진다.
　할머니는 지금의 고통도 힘드시지만 내년 내후년이 더욱 걱정이시다. 매일 잠자는 일이 편치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작아지니 불안하시다.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무릎 수술을 해서라도 고쳐달라고 오셨다.
　문진 결과, 할머니는 십 수년 전에 허리가 아파 고생하신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허리 아픈 것은 없다고 하신다.
　엑스선 사진을 찍어 본 결과, 무릎 관절에 중등도의 퇴행성 변화가 있고, 허리의 제4굜5요추간 간격의 협소화 및 척추 후관절의 비후로 인한 협착 소견이 뚜렷하다. 거기다가 허리 아래쪽과 골반이 심하게 틀어져 있다.
　허리의 근육상태를 평가하는 '표면 근전도 검사'를 시행해 본 결과 오래된 근육 경직이 심하다. 이때 쯤이면 할머니는 불만이다. 무릎 고뱅이가 아파서 왔는데 허리쪽에 엉뚱한 검사를 이것 저것 해대니….
　'할머니! 이러이러해서 아플 수 있고,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보셔요!' 하면서 겨우 보호자들과 합동작전으로 설득 해서 입원을 한다. 무릎에 대히서는 증식치료(프롤로  테라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허리에 대하여 일반 물리치료와 근육을 부드러이 풀어주는 척추교정 치료를 시행한다.
　본격적인 치료를 시행하자 할머니는 안아프던 허리가 더 아파졌다고 더 야단을 하신다. 이때 하루 이틀을 잘 넘기는 것이 고비다. 수년 이상 굳어져 있던 근육을 만져서 부드럽게 만들려니  더욱 아플 수 밖에.
　이러기를 한 사나흘 지나면 할머니의 얼굴에 윤기가 돌고 인제 좀 낫다는 여유가  생긴다. 어느새 걷기가 수월해지고 식사도 잘하신다. 할머니는 무릎 수술하러 왔다가 허리 물리치료만 하고 퇴원을 하셨다.
　이러한 경우처럼, 허리로 인한 다리 증상이 있으면서, 퇴행성 관절염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릎에만 신경을 쓰게 되어있다. 허리로 인한 증상에 대하여 치료를 하다보면 무릎 통증도 상당 부분 좋아진다. 그러므로, 무릎 관절염이 걱정되면 허리에 관련된 문제는 없는지 꼭 확인하고 먼저 치료해야 한다, 왜냐하면 윗물이 맑아야 아랫 물도 맑기 때문이다.
정우문  정정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