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난개발 우려
　8월 말 현재 원주시로부터 재건축사업이 승인 난 곳과 재개발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곳은 20곳에 이른다.
　재건축이 승인된 곳은 8개 지역. 이 중 개운1, 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한신휴플러스 1, 2차 아파트와 삼흥아파트를 재건축한 신성미소지움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다. 우산아파트, 단계아파트 등 조합설립과 구역지정을 받아 재건축하려는 아파트를 합하면 3천884세대이다. 여기에 중앙연립, 무진연립, 세경1차 아파트까지 더하면 5천여 세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재개발지구는 12곳으로 원주천과 중심시가지를 중심으로 퍼져있다. 단구본동지구, 단구동지구, 동주ㆍ선아지구, 봉산강변지구, 태장동 새동네지구 등 원주천을 따라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원주천 일대는 23층 규모의 현대홈타운, 벽산블루밍, 현대아이파크가 신축 중이어서 향후 원주천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원인동 3곳, 학성동 2곳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원인동의 경우 3곳에서 추진하면서 지역 전체가 아파트 숲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인동에는 400여 가구가 거주했던 자리에 3천322세대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5개 지구에 재개발이 추진 중인 단구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단독주택지를 헐고 1천76세대가 들어설 단구본동 재개발지구나 단구동지구와 동주ㆍ선아 지구, 관후지구, 단흥지구 재개발분을 합치면 4천 세대에 육박한다.
　▷재개발지구마다 마찰
　무분별하게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곳곳에 재개발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다. 재건축지구는 진정된 상태이지만 재개발지역은 추진위원회와 주민 간 마찰이 일어나는 지역이 6곳이다. 일부 지역은 주민과 업체, 추진위원회가 법정공방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추진위원장이 바뀌거나 구속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을 위한 시공사 결정 및 주민대표 선정과 정비업체 선정 등을 결정하는 주민총회에서 추진위원회가 경비업체를 동원해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재개발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역도 있다.
　봉산강변재개발 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 대부분이 전ㆍ월세 거주자로서 재개발 계획에 대한 어떠한 정보나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번개불에 콩 볶듯' 마구잡이로 추진되는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원주시지구당 김광호 위원장은 "재개발지역 아파트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보상비와 철거비 등 소요비용 때문에 분양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며 "전국적으로 재개발지역 주민이 재입주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해 갈수록 내 집을 마련하는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ㆍ주거환경정비계획안 마련돼야
　원주 도처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붐이 불면서 원주시가 도시ㆍ주거환경정비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계획은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29만인 원주는 용역기관의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도시정비의 밑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기존 단독주택지와의 조화,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재개발이 이뤄질 경우 특정지역은 복잡해지고 일부 지역은 공동화 돼 기형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원주시는 도시ㆍ주거환경정비계획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난개발ㆍ과잉공급 우려 목소리
　(주)예원 원창묵 대표는 "재개발지구마다 주민들이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주민들이 전문지식이 부족해 정비업체나 시공사가 제시하는 방법이 옳다고 믿고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원주는 지형적 영향으로 난개발이 되면 인근 저층이나 기존 주택 간의 조망권 문제 등의 마찰이 일 게 뻔하다"며 "도시경관계획을 수립해 건폐율, 용적률, 지구 내의 건축제한 등 기본적인 도시계획 테두리 안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치악산 조망권 확보, 기존도로 폭의 2m 이상 확보, 탑상형 아파트 건립, 건폐율 150% 이하 등의 핵심을 담은 도시정비 밑그림을 원주시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개발 우려는 원주시의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도 큰 차질을 줄 수 있다. 원 대표는 "현재 준공돼 입주한 아파트들도 20~30%씩 미분양으로 남았는데 15년 뒤 기존 주택들은 더욱 슬럼화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며 "도시 전체 개발계획을 세밀하게 마련해 그 틀 속에서 주택사업의 층수와 가구수 등을 허가해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관형성조례 지정돼야
　원주의 재개발이 원주천을 중심으로 이뤄지면 향후 치악산을 가리게 된다.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은 "50만 도시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개발사업이 자칫 많은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며 "이미 춘천시와 강릉시, 평창군은 시민 주거환경권 침해에 대해 경관형성조례를 제정했듯이 원주시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천은 온도를 낮춰주고 공기를 정화해주는 바람길 역할을 하고 있는데 무계획적인 재개발사업 추진으로 원주천은 아파트벽에 묻히게 된다"며 "원주천 변에 고층 아파트가 많이 들어설수록 환경오염으로부터 노출이 커지기 때문에 원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원주천살리기의 기본적인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과잉 우려
　향후 원주에 들어설 신축 아파트는 원주시에 등록된 것만 1만5천여 세대에 달한다.
　행구동 1천800여 세대, 문막읍 1천700여 세대, 관설동 948세대, 흥업면 1천100여 세대, 태장동 2천300여세대와 무실2, 3지구 내에 5천여 세대. 여기에 재건축, 재개발지구 아파트도 7천~8천 세대에 이른다.
　특히 올 하반기 분양에 들어가는 곳과 재개발사업구역은 입주시기를 2010~2011년으로 잡고 있어 이 시기 엄청난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재개발지구 아파트 분양이 안 될 경우 조합청산도 미뤄지고 자칫 오랜 시간 동안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라대학교 최재석 교수는 "5년 후 원주의 주택공급률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금도 많은 양의 미분양세대가 있는데 그때는 더 심각해 질 수 있어 재개발에 따른 원주시의 주택수급조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