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는 게으른 며느리에게 맡겨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얼핏 들으면 게으른 사람이 아무렇게나 막 만들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부는 여유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기에 나온 말이다.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을 기다려 불은 콩을 곱게 간 후 가마솥에 부어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저어주며 끓인다. 또한 간수는 어떠한가. 급하게 부으면 두부의 담백한 맛이 사라지고 뒷맛이 쓴 두부가 된다. 적당한 양을 천천히 넣어야 순두부가 몽글몽글해지며 이 순두부를 틀에 담아 눌러주면 두부다. 이런 과정을 어느 하나 빠뜨림 없이 순서에 맞춰 기다려가며 만들어야 맛있는 두부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무리 성격이 급하더라도 두부를 만들 때만은 느긋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은 맷돌로 콩을 갈지 않는다 해도 이것저것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

두부를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 끝에 완성되는, 또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두부 집들 간판을 보면 할머니를 내세운 곳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오면서 여유의 미학을 깨우쳤기에 그만큼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정자뜰 김옥수할머니 순두부(대표:남창호)'도 느림의 맛을 아는 곳이다.

매일 아침 남창호(36) 대표와 어머니는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순두부를 만든다. 순두부 음식점을 하던 외할머니의 손맛은 남 대표의 어머니와 큰이모가 이어받아 원주에서는 남 대표가, 큰이모와 외사촌은 영월에서 순두부 음식점을 하고 있다. 외할머니부터 40여 년을 내려온 순두부다.

　남 대표가 생각하는 맛있는 순두부 비법은 재료와 불, 시간이다. 가장 기본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란다. 재료는 국산 콩만 사용하며 약한 불에 은근히 끓이는 게 중요하다. 시간은 앞에서 누누이 말한 여유다. 순두부 만들기를 2년여를 배운 남 대표도 아직 간수 넣는 시간만큼은 엄두를 못 낸다.

"힘쓰는 일은 제가 하지만 간수 넣기는 어머니가 직접 하세요" 

갓 만든 순두부에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입 안에 넣으면 느껴지는 부드러움, 그리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순두부의 매력일 것이다.

그러나 간혹 그 맛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을 위해 정자뜰 김옥수할머니 순두부에서는 비지전, 부추전, 양미리 조림 등 12가지 반찬을 함께 낸다.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고 채소 위주로 내 순두부 맛을 해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간혹 시판되는 순두부를 사 집에서 끓여 먹으면 이 맛이 왜 안 나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남 대표에 따르면 차이는 방부제다. 시판되는 순두부의 유통기한은 4~5일 정도. 그러나 이곳의 순두부는 하루가 고작이며 여름이면 하루도 길다. 

최근 인기를 끄는 해물 순두부, 고기 순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남 대표는 손사레를 친다. 40여 년을 이어온 순두부 고유의 맛이 최고인데 다른 재료를 넣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 어머니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번화한 곳에 위치했지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데다 호박넝쿨, 장독대, 고추밭, 아름드리나무들, 정자 등이 있어 시골집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알고 보니 원주 제1호 판사집으로 근방에서는 유명하다고 한다.

영업시간은 오전8시부터 오후9시까지이며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정기휴일이다. 좌석은 35석 정도이며 주차는 삼성증권 옆 광진주차장에 세우면 무료주차도장을 찍어준다.

▷문의:761-7787(정자뜰 김옥수할머니 순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