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농업)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농(農)·공(工)간, 도(都)·농(農)간 격차의 확대과정이었다. 그 동안 정부는 수많은 농정대책을 수립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농업과 농촌에 투자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자급률은 나날이 낮아지고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는 확대되었다. 농가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도(都)·농(農)간 생활환경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 결과 이농이 급증하면서 농촌지역의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개방화·세계화의 파고에 휩쓸리면서 농업과 농촌문제는 더 심각한 위기 속에 있다. 따라서 농업정책뿐만 아니라 농촌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정책의 부실운영 때문에 농촌정책도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의지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농업과 농촌에 투자한 비용의 거의 대부분은 농업구조의 개선을 위해 사용하였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농업정책이었을 뿐 본격적인 농촌정책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극적인 의미의 농촌정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추진방식이 중앙집권적 계획주의 농정을 벗어나지 못하였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더군다나 새마을 운동 이후, 농촌에 대한 투자는 거의 미미하였다.



물가안정책의 일환으로 혹은 수출상품에 대한 대책없는 농산물 수입으로 우리 농산물의 가격 폭락을 가져왔다. 그 결과 낮은 소득 수준, 조악한 생활환경, 고용기회의 부족등 농촌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농촌인구의 도시유출을 부추겼다.



농촌인구의 과소화와 노령화 그리고 농촌의 생산성 저하는 심각한 농촌일손부족과 임금의 상승이라는 이상현상을 초래하였고 이는 농업부문과 농촌지역을 더욱 침체시키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았다.



이제 산업으로서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 포기해야 한다.

농업문제는 이제 농촌을 중심으로 복지나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농촌문제에 대한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국가의 획일적인 계획은 불신만을 불러와 예산의 낭비만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농촌의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은 첫째, 행정관청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농촌마을의 실정을 제대로 잘 알고 있는 자치단체내에 일본과 같이 마을지원과를 설치하여 읍·면·동과 연계한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과거 농업기술보급을 위해 농촌지도직이라는 공무원 직군이 만들어 졌고 농협을 통해 농기자재의 보급과 지도를 담당하게 하였다.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자치단체의 기능을 바꾸어 마을단위 지원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은 ‘신(神)의 작품’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문화·관광자원화할 정부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영국의 농촌이 도시지역과 비교하여 땅값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은 농촌지역을 관광·자원화하여 가꾸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촌에 대한 복지차원의 지원과 문화 관광적 시각에서 장기적인 투자가 농촌을 살리는 새로운 장기적 접근법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 이를 위해 농업협동조합의 기능도 문화·복지기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농협이 농민단체이면서도 정부기관화된 것에 대한 반성차원에서도 농촌을 지원하는 문화·복지기능의 보완은 필요하다. 농업정책을 국가와 자치단체에만 의존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농협의 기능을 농촌을 위한 복지기능으로 재편하는 농협의 농민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농촌을 살리는 첩경이다.


김주원(강원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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