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주권에 ‘책을 읽자’는 프로그램이 제기되고 있다. 원주평생교육정보관과 생명원주 21이 원주시민을 대상으로 ‘책읽는 원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흥미롭고 반가운 일이다. 책읽기를 운동 차원으로 이끌어간다는 취지부터가 흥미롭다.


대저 독서는 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들의 내적 요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지하는 것이라 보는데 그것을 캠페인작업으로 전개하는,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와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책에 목을 매고 사는 입장에서 책읽기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쑥스럽고 부담스럽고 막막하다. 근간의 사회적 현상이 읽는 문화에서 보는 문화로 전환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독서의 붐은 뒷전으로 밀렸다. 또, 독서의 중심이었던 문학이 변두리화되었다는 점도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고전적인 읽을거리와 사색의 원천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해 부유하고 있다.


우울한 얘기지만, 대학에서 인문학이 천덕꾸러기가 된 지도 오래고, 취업을 전제한 기능 그렇다 그건 분명히 지식과는 무관하게 보이는 기능의 취득을 궁극으로 삼는 분야들이 대학사회를 경쾌한 속도로 점유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와 흐름을 특정 관점을 가지고 막아낼 도리는 없다. 대세는 대세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삼아야 할 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평균적 지식과 교양이라는 게 있는데 책을 읽지 않아도 좋은 대세적 풍토는 독서가 꼭 필요한 계층과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마저 변질시켜 놓는다는 점이다.


가령,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충분히 책읽기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 계층이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인문학 관련 학문 분야를 지망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독서를 통해 자신의 사색을 다듬어야 할 계층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잡혀오고 있다.


인문학과 관련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느끼는 막막함이 그것이다. 읽는 작업없이 쓰는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일러 말할 나위가 없다.


예측컨대, 생의 기본에 대한 의문들과 씨름하는 독서가 없는 사회는 그리고 그 시간대가 쌓여갈 때 사회는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책을 단지 전자제품 메뉴어리 정도로 생각하는 사회는 장차 불행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와같은 부정적인 결과들을 면해 보기 위해 책읽기의 생활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독서가 사회적인 운동의 차원에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간 의문이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요란하게 이루어지는 행사보다는 조용한 행사들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고 시민들에게 독서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대한 대안은 이렇다. 원주평생교육정보관 같은 곳에서 젊은 시인 작가들을 초청하여 시민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것이다.


관료적 사고로 볼 때, 시민들의 참여가 많아야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는데 이젠, 그런 물량적 사고를 버릴 때다. 신인급에 해당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시민들에게 새로운 정신적 활기를 공급할수 있다면 그것은 공익성을 가진 기관에서 맡아야 한다. 커다란 강당에다 유명하나 신선도가 소진된 인사를 불러놓고 객석의 머리수를 세면서 강연의 외피를 자랑하는 행사는 독서와 관계 없기 십상이다.


다시한번 구체적으로 제안하면,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서 원주에 있는 아무개 방송국에서 매달 가수들을 불러 공연을 하는 것처럼, 바로 그렇게 시인과 작가들을 정례적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이 기획이, 토지문화관측이 시행하는 작가초청 강연회와 짝을 이루며 차별을 지어간다면 원주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시민들의 독서 욕구는 바로 이런 모임들을 통해 촉발될 것이고 그것은 알게 모르게 큰 흐름을 이루어갈 것이다.


또, 이들이 부모의 입장에서 어린 후세들에게 독서교육자의 역할을 자임하게 될 것이다.

독서운동은 물흐르듯이 이렇게 이루어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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