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에서 김정일이 죽는다면, 혹은 권좌에서 밀려난다면 과연 북한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가정을 해보아야 할 일이다.
김정일은 그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왕좌를 세습 받았지만 아마도 김정일의 카리스마 혹은 북한사회 주민에 대한 영향력과 지배력으로는 김일성처럼 김정일이 그의 아들로 세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죽고난 뒤, 그 후계자 자리를 누가 계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김정일이 북한사회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표에 해당된다는 점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기표(記表)란 기호학에서 말하는 ‘표현된 것’을 말한다. 기호는 쉽게 기표(표현된 것)와 기의(記意-표가 의미하는 바)로 나뉘는데, 쉽게 신호등의 푸른색 신호등은 기표이며, 그 기의는 ‘건너시오’라는 뜻이 된다.
정치나 권력의 게임은 상당부분 이 기호놀이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는 그 표현된 정치적 상황이나 기표를 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믿거나 혹자에 따라 그 기표를 만들어낸 저의(底意)를 추측하거나 분석한다.
미국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이런 기호 조작으로 전세계의 여론을 이끌어왔는데, 대표적인 예가 독재자의 양상과 독재자의 제거라 할 것이다.
미국은 신생국이거나 신생독립국 등 제3국의 자구적 경제력이나 정치적 생존력을 키울 때까지는 독재자를 키워 어느 정도 그들의 시장이 될 만큼까지는 원조와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신생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와 지원이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는 것은 요즈음은 초등학생도 잘 아는 일이 되었다.
미국은 그들이 양산한 이러한 제3국의 지도자가 미국에 반기를 드는 독재자가 되었을 경우는 예외 없이 제거 대상의 블랙리스트에 올려왔다.
박정희가 전투공격기를 미국이 아닌 프랑스 콩코드사에서 수입해왔고, 집권 후반에 이르러는 자주적 외교를 표방했고, 핵무기 개발을 했다는 것과 미국이 이를 불쾌하게 여겼다는 것은 이미 ‘제3공화국’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따라서 ‘박정희’를 위시하여 벌어진 새마을 운동과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신생독립국의 발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여자들이 함께 한 한 술자리에서 서거하게 함으로써 ‘민족적 영웅(?) 박정희’라는 기표가 지닌 역량을 하루 아침에 종식시켜 버렸었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가 같다준 국민들의 슬픔은 당시에는 가히 민족적인 것이었었다. 아직도 박정희의 망령은 살아 선거 때마다 그 후계자들에게 쏟아지는 호혜적 시선은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때, 박정희의 죽음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역시 ‘독재자’의 제거였다고 추단(推斷) 할 수 있다.
미국이 정말로 후세인을 잡지 못해 이라크 전을 벌였다고는 세계인 몇 %가 믿을 것인가? 예전의 미국이 독재자라는 기표를 제거함으로써 제3국의 민족적 결집력과 역량을 분산시켰다면 이번 이라크 전에서 미국은 ‘독재자’ 기표를 내세워 독재자를 제거하지 않고 중동의 원유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와 정세를 새롭게 개편하였다.
‘202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 세계 제1의 중심국이 될 것’이라는 많은 경제, 전략 연구소의 발표는 이제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다시 번복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이라크전을 시행하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끝까지 강도 높게 비판으로 일관했던 중국 정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호 놀이를 통해 중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 노무현 현 대통령의 기표는 전노조 혹은 전교조, 한총련등 많은 기표들에 의해서 그 기표의 상징적 힘을 상실하고 있다. 정권을 누가 가졌는지 의심들 정도로 혼미한 정국이다.
며칠 전에 강력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코드’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는 신문기사가 꽤 많은 지면을 장식했었다. 과연 노무현 정부가 기표 놀이에 얼마나 익숙할지, 코드 조작(en-code)과 해호(de-code) 놀이를 얼마나 능숙하게 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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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