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일에 관심 가져주길

1년 전 우리나라는 월드컵의 열기로 전국이 뜨거웠습니다. 그 열기에 효순이, 미선이가 6월 13일 미군 탱크에 깔려 죽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그 죽음은 열기 속에 그만 묻혀 버렸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고, 그 감격과 환호성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어느 네티즌의 글은 촛불시위라는 형태로 다시금 대중을 시청 광장으로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사람의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어느 분들한테는 충격이었고, 어느 분들한테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켜보자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렇게 1년이 갔습니다.



참여정부라 불리는 새 정권이 들어선 지 100일이 되었답니다. 정권내에서는 B+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시는 분도 계시고, 실망했다는 분들도 계시고, 불안하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권위’, ‘수직’, ‘관성’, ‘지시와 복종’, ‘규율’이라는 말이 퇴색되고 그 자리에 ‘네트워크’, ‘수평’, ‘자율’, ‘분권’, ‘참여’, ‘시스템’이라는 말이 담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변화가 너무 급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또는 뒤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서로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오른쪽으로 보이기도 하고, 왼쪽으로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할 것입니다. 권력의 오른쪽에 계신 분들은 좀더 오른쪽으로, 왼쪽에 계신 분들은 왼쪽으로 끌어 당기려고 합니다. 그나마 중앙권력은 그렇게라도 여론에 따라 두들겨 맞기도 하고, 칭찬받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은 그저 조용해 보입니다.



지역신문을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들 활동하시고 고민들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데, 지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시청사, 군지사, 원주역, 미캠프롱 기지 이전등-에 대해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들어본 지가 참 오래된 것 같습니다.



춘천만 해도 지역대학교수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되고 지방분권아카데미를 설치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 순회 설명회및 대토론회를 한다는등 뭔가 ‘지역만들기’를 한참 하는 것 같은데, 그저 원주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성직자들의 3보1배 전에 토지문화관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새만금간척사업을 백지화하라는 ‘원주선언’을 한 것을 알고는 계시는지요.



차별철폐를 요구하는 100일 문화행진이 지나가고, 효순이와 미선이 추모제를 위한 촛불행진이 지나갔습니다. 원주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 이슈 파이팅의 유통물류지역인가요. 한국민주화운동역사 원주전시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미선이, 효순이 추모 문화제가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손에는 전국적인 이슈 파이팅을 한다고 하더라도 또 한 손에는 지역을 바꾸는 일도 함께 해야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도 이제 시청사나 원주역, 군지사, 미캠프롱 이전 후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 지역분권과 혁신이 광역이냐 풀뿌리 중심이냐, 주체가 대학, 자치체, 주민참여 중심이냐 등등 좀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다 만들어지고 난 뒤에 왜 그렇게 만들었냐 소리내기 보다는 만들어지기 전에 참여하여 제 소리내는 것은 어떨까요? 다들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 저만 모르고 있는 이야기인가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지요. 분권과 혁신은 관심과 참여랍니다.


<김기봉 강원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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