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 경(한라대 인문사회과학부 미디어국문학전공교수)

사람들은 자기 개체의 불연속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평생에 걸쳐 연속성을 찾아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키운다. 그리고 종교에 귀의해 사후(死後)의 연속성까지 마련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친다. 사랑에 빠진 순간 사랑하는 사람은 타자와의 연속성으로 안정과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이내 그 연속성이 깨질까 두려워, 불연속성으로 돌아갈까 두려워 시기와 질투의 감정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시 다른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하는 대상과의 연속성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으며, 이제는 자기핏줄을 갖고 태어난 혹은 자기 배를 빌려 타고난 2세에게 자기의 연속성을 되찾는다. 나이들어서까지도 애타게 기다리는 손주에의 바람은 죽기 전 자기의 연속성의 대가 끊기는가 안끊기는가 확인하고 죽기 위함이다. 이렇듯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사후세계의 연속성까지 마련해놓으며 인류는 존재의 고독을 고독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지난한 역사를 되풀이 해온다.


많은 종교인들이 갖는 교리는 그들에게는 절대 진리이다. 기독교인에게 진리는 성경을 전제로 시작된다. 회교인들 마찬가지로 거의 엇비슷한 성경을 들고 자기들의 진리를 주장한다. 아직도 십자군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우리는 이라크전에서 재확인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 위에, 자신들의 정신과 삶의 가치 위에 종교를 두는 것은, 그 종교의 교리가 죽음 이후 사후의 연속성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종교를 위해 죽은 것은 ‘순교’이며 ‘영원한 영생’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현생의 삶조차도 하찮게 버릴 수 있었다.


같은 절대진리라는 성경을 두고도 수천 년 간 전쟁은 종식될 줄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절대적 객관이라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하나 얻게 된다. 세상의 객관적 언어들은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그릇된 주관이었다는 점이 입증하며, 세계는 발전해 나왔다.

아무리 훌륭한 진언과 학술이라도 그것은 그것을 말하는 이의 주관이었다. 진리를 밝혔다는 가장 훌륭한 논문은 가장 그럴듯하게 객관적 기술의 방식을 통하여 써놓은 설득의 문장이었을 뿐이다. 경전과 학술과 진언들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우리는 불연속적 존재가 연속성(영원성)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관계와 같이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정의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몇몇의 적대편들은 그것이 불의라고 말한다. 그들도 정의를 말한다 하지만 정의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순간들이 우리 삶에 널려있다.

인류는 자기의 연속성을 보장해줄 때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이와의 완벽한 일치를 통해 언뜻 보는 연속성 속에서 참사랑을 확인하고, 자기 후세의 연속성에서 자기가 살아갈 참 가치를 발견한다. 자기의 혈연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와 자신의 종교사후를 위한)에 관련한 연속성에서 자신들의 주관은 객관적 진리로 탈바꿈한다.


한 기자가 어떤 기관에 대해서 아주 비판적을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래서 기자의 주관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취재한 대로 여러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신문에 인쇄된 그대로 읽어주며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기자의 목소리가 주관적으로 나갔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 기자는 자기와 같은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나의 주관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자신의 진실과 틀린 관점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계에 갇혀 사람들은 투쟁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실망도 하며 주관적 삶의 시간들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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