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봉 (강원민예총 사무처장)



‘문화의 힘’은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 욕구를 갖게 할때 생기며 원주시의 문화전략은 지역주민들이 문화적 욕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3일 「원주시 문화예술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공청회 자리에서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발표되었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원주시 미래 이미지에 대해서 ‘물류중심의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으며, 그 다음으로 문화도시였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필자가 느낀 점은 다른 관점에서다. ‘우선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고 그 다음이 문화다’라는 도식에는 반대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사는 땅을 다 파헤쳐놓고, 산 허물고 길 닦아 여기저기 난개발이나 해놓는 것이 과연 지역주민들이 바라는 미래의 원주 모습일까?

정보화와 창조 또는 문화의 세기에 사는 현대인은 먹이를 쫓아 여기저기 돌아 다니는 신종 유목민이다.


농경산업이 정주의 시대를 열었다면 산업화 사회는 이주의 시대를 열었다. 물류중심의 도시가 된다면 그 도시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세태의 반영이라는 점이 더 옳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씁쓸하다.
창고와 차가 넘치는 도시의 모습을 과연 원주시민은 미래의 원주모습으로 바란다는 것인가? 원주가 사통팔달의 교통도시며 한반도의 단전에 해당되는 지리적 중심지라는 것과 교통물류의 중심이라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미 지리적 조건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다 보다 더 창의적인 그 무엇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특별한 산업체 이전 없이 매달 600명 가까이 인구가 늘고 있는 원주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주인 없는 도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그동안 원주를 이야기할 때 뿌리없는 도시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스쳐 지나가는 동네라는 말이다. 정주의 도시라기보다는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경유지 개념이었다.
그래서는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 동기야 어떻든 원주에 들어왔으면 원주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상지대 임상오 교수는 IT산업이 발전된 지역일수록 그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이 높다고 하였다. 특히 대중문화의 향수도가 높다고 하였다. 문화욕구가 있는 도시에서 경제적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문화공간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요구를 할 줄 모르는 지역 주민의 여론이 문제인 것이며, 스스로 문화활동을 하기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유일한 문화적 행위로 인식 또는 자위하는 지역주민의 문화 불감증이 더더욱 문제인 것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공간이 없다. 돈이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막상 ‘문화는 공공재이므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하는 지역주민들은 전혀 관심조차 없다. ‘문화의 힘’은 바로 그런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적 욕구를 갖게 할때 생기는 것이다. 원주시의 문화전략은 지역주민들이 문화적 욕구를 갖게 하는 것이다.


문화는 고상한 음악을 듣고 발음도 하기 힘든 명품을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또는 이웃에게 물어보고 함께 길을 찾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문화예술이 꽃을 피우는 것이며, 문화가 힘이 되는 것이다.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 물류중심의 지역적 특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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