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 이후 세계경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나라간의 경제교류가 확대되고 관세 장벽을 허무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는 남미의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였다. 무한경쟁의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개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첫 대상으로 우리에게 경제적 부담을 적게 주는 칠레를 선택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그간 부과되었던 관세가 해마다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게 되는데 칠레의 경우 40%이상이던 농산물 관세가 낮아져서 싼값에 우리 시장에 유통되고 그 만큼 우리농산물은 경쟁력이 떨어져 생산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게다가 칠레농산물의 수입품목이 무려 1천80여 개에 달해 농민들의 생존에 대한 위협은 실로 엄청나다 하겠다.


지난 2월 14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시위에 이어 4월 17일에는 광주, 상주등 전국 각처에서 농민들이 ‘한ㆍ칠레자유무역협정 저지 결의대회’를 갖고 한ㆍ칠레 FTA동의안 국회상정 포기와 한ㆍ칠레 FTA 이행특별법 제정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제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농업이 무너지며 식량 주권은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이미 우리농산물이 수입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데 칠레 농산물까지 싼값에 들어오면 농민들은 죽을 수밖에 없고 농업은 붕괴될 것”이라고 농민들은 말하고 있다. 게다가 칠레농산물의 유통은 델몬트, 선키스트등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칠레농민보다는 그들의 이익을 보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봅시다. 대구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한 대에는 17㎏의 칠레산 구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구리가 한국에 들어올 때 관세는 없습니다. 결국 국제시장에서 현대차의 가격이 내려가고 경쟁력은 올라갑니다. 다른 품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칠레는 보다 많은 구리, 목재, 와인, 과일등을 한국에 수출함으로서 이익을 보게됩니다. 관세 철폐로 인한 상호이익이지요” 페르난도 쉬미트 주한 칠레 대사의 말이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얻는 이익은 대기업(공업등 타 산업)으로 가고 그 이익을 위해 농민들은 희생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막강한 자본의 논리 앞에 생존의 절규는 허공을 메아리치는 것인가!

1980년대의 수입농정이후 농업은 무너져 왔다. 소파동의로 한우가 무너졌다. 중국산 마늘의 수입으로 마늘도 무너졌다. 고추도 무너졌다. 과일이 무너지고 있으며 칠레산 농산물 수입은 결정타가 될 것이다. 2004년 이후에는 최후의 보루인 쌀이 무너질 것이다.


식량자급도가 25% 안팎인 나라! 앞으로 자급율이 20%이하로 떨어져 국가의 주권이 무너지고 정치경제적 속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 그러나 이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나라! 값싼 외국농산물 사다 먹고 우리 공산품 팔아 달러 벌어와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비교우위론이 아직도 정책입안자나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한 한국 농업의 내일과 주권국가로서의 당당한 권위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이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하려는가?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을 인하여 울고 통곡하라. 보라 너희 밭에 추수한 품군에게 주지 아니한 삯이 소리지르며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야고보서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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