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예방면의 대가로 손꼽히는 카프카의 작품을 보면, 그의 인물들은 M이나 K등 알파벳 약자 하나로 지칭되는 경우를 본다. 이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인간의 의미란 ‘기능’으로 존재할 뿐이지, 그 기능성을 잊어버리면 존재가치마저 없다는 실존주의적 그의 세계관에서 기인된 소설적 장치였다.
그 이후 우리 문단에도 유진오나 최윤등의 작가가 관계 속에서 기능을 수행할 뿐인 인물들을 드러내기 위하여 이러한 알파벳 한 글자의 이름들을 사용하곤 했다. 그래서 실업자 M은 지식과 학벌이 높았지만, 그 사회 관계 속에서 그 부품으로 기능하지 못함으로써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의 주인공이었다.
세상의 무슨 일에나 그 분야에 일가(一家)를 이룬 대가들은 그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다못해 재미를 즐기는 게임에서도 프로게이머는 밤새도록 하루종일 게임에만 집중해야 그 분야에서 우승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노래부르기가 좋아 가수가 되었다하더라도 그가 원하는 가수로서의 성공의 뒤안길에는 자기의 젊음과 일상을 전부 투신하여야 가수로써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안다. 계속되는 자기의 투신이 없다면 그것으로 그의 꿈은 접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재미있고 화려한 직업마저도 그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자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
하물며 어렵거나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전공과 직업에 종사할 경우, 그 분야에서 평생을 걸쳐 일에 전념, 전력투구한다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야말로 일가를 이루기 위해 ‘장인정신’이 요청되는 순간들인 것이다.
온갖 편안함과 즐거움과 휴식의 자기 유혹을 뿌리치며, 힘든 가시밭길처럼 자신의 발자국에 핏자국을 내며, 자기자신을 희생하며 힘든 길을 계속하여 간다는 것은 스스로 ‘장인정신’에 도전하는 인내심이라 할 것이다.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학력수준은 최고의 수준에 있지만, 대학 졸업 후 자기개발을 위해 책을 읽는다거나 연구를 하는 등 대졸 후 스스로 하는 학습은 최고 하위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발표가 1~2년 새에 있었다.
또한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감 혹은 그에 따른 성실도 역시 하위에 머문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는 곧 자기가 하는 일에, 자기가 선택한 직업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프로정신의 결여되어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자원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작은 땅덩어리 내에서, 그 구성원들이 이렇게 자기개발을 위한 노력도 접고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 자발성마저 부족해진다면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자못 걱정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인생은 행복해야 하는 것이지만, 고통없이 우리는 그 상대적 개념인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고통과 인내 속에서 행복도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길을 지켜내고, 자기의 일에 지속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장인정신’에 대해 깊이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주변에의 기웃거림이나 분사되는 감정의 실타래를 끊어내고, 때로는 뱀처럼 차갑고, 여우처럼 교활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데에서 우리 인생의 의미는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의 감동이 세대와 공간에 구애됨 없이 영속적인 것은 그것을 작곡한 작곡가나 그것을 연주하는 연주가들의 평생에 걸친 연습과 창작, 즉 그들의 ‘장인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깊은 의미와 심오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늘 감동하는 것은 그 속에 녹아있는 대가들의 ‘장인정신’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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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