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봉 원주생협 부이사장



원래 쓰고 싶었던 글이 있었다. 나름대로 자료도 준비하고 거의 완성된 글이었다. 그러나 예감이 좋지 않았다. 부시가 예고한 전쟁 예고 시간이 그랬고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써야 될 글의 분위기가 그랬다.

불행히도 그 예감과 예견은 맞았다. 나의 예감이 틀리길 얼마나 원하고 열망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평을 써야 하는 주변의 상황과 분위기는 그렇게 부정하고 싶었던 최악의 경우다.
신문을 펼쳐봐라. 그리고 채널을 돌려봐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 이야기 이외에는 다 사치스러운 것이다.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소신대로 준비한 이야기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 아는 전쟁과 평화 이야기를 나 역시 써야 하는 것인가? 주어진 원고 시간 마감을 넘기면서까지 고민했던 과제였다. 그러나 아무리 지역신문이라 하더라도 이번 전쟁이야기는 나로서는 피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이라크 전쟁 이후에 이란, 시리아, 북한이 미국의 군사무기상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시민사회운동가로서 느끼는 한계였다. 차라리 이라크에 나가 있는 평화주의자들이 부러웠고 그 일행에 끼어들지 못하는 용기의 부족함에 술은 나의 위안이었다. 전쟁은 어떤 의미를 붙이더라도 동의할 수 없다. 좋은 전쟁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 과정이 합리화되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교육현장에서 아니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체벌도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 변명으로 들리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어떤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목숨은 다 중요한 것이다. 내 삶이 중요하고 나의 목숨이 중요하듯 남의 삶과 남의 목숨도 소중한 것이다. 정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라도 함부로 남의 목숨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국제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그러한 전쟁을 오락실 게임하듯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하여 수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는 무기가 너무나 쉽게 ‘뿅뿅’ 쏘아지는 현실에 어찌 동의할 수 있겠는가?


다음은 ‘한반도다’라는 말보다, 사진 속에 나오는 이라크의 어린 아이들의 사진이 가슴을 찢는다. 차라리 이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라면 이토록 답답하진 않을 것이다. 만일에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 대상국이라면 이라크 파병이 옳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떨까, 아니 그들은 이미 한반도를 떠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결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나의 반미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어 있다. 아직도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 독재자 후세인을 처단하고 이라크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정권을 만들어 주겠다는 부시의 말에 왜 나는 80년 광주가 떠오르는 것일까?

자그마한 지역 신문에 시평하나 쓰면서 전쟁을 그만두라 한다고 그만 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꿈을 꾼다. 중앙의 일간지도 미국에게 전쟁 중지하라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히 ‘원주투데이’가 원주시민들에게 평화의 장에 나오라는 선동의 글과 기사가 전면을 도배하는 그런 꿈 말이다. 그래서 원주의 10만 군중이 시내에 모여서 반전 평화시위하는 그런 꿈 말이다.


원래 쓰고 싶었던 지역분권과 지역사회의 민주적, 균형적 발전이라는 것도 결국 그런 모습 아니었던가? 문득 ‘원주투데이’를 원주시민들이 인수하여 시민의 신문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왜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생각드는 것일까? 원주라는 지역 이미지에 요즘 들어서 ‘생명’이라는 단어가 부쩍 짝이 되는 것을 보면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라크의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는 또는 바그다드의 폭격 사진을 보면서 조급해지는 필자의 마음과 생각이다.

다음은 한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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