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있길래 배달도 안해?”
앉을 자리 없을 정도 … 30년 음식장사 손맛 입소문
한약재만 사용 돼지냄새 없고 ‘쫀득’

족발은 흔히 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최고의 야식으로 손꼽히는 음식이다. 그런데 족발집이긴 한데 배달을 안 하는 집들이 있다. 치악교 근처에 위치한 치악왕족발(대표:차선분)도 마찬가지이다.
“거기 치악왕족발이죠? 여기 족발 대자 하나 갖다주세요”

“배달 안 해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배달을 안 하는지 궁금해 가게를 물어물어 찾아갔다면 일단 아무리 저녁시간이라고 해도 앉을 자리 없이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겨우 한구석 차지해 족발을 시키고 잠시 후 족발이 나오는데 어라, 변변한 밑반찬도 없고  상이 휑하다.

어리둥절한 마음을 수습하고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 한 점 먹는데 맛이 괜찮다. 일단 돼지냄새가 안 나고 적당히 기름기가 도는 것도 마음에 든다. 살코기는 이만하면 부드럽고 껍질·비계가 쫀득하게 씹히는 게 자꾸 손이 간다.

알고 보니 원주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집이란다. 광고 한 번 한 적 없는데 입에서 입으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차 사장은 30여 년간 음식장사를 해 오고 있다. 치악왕족발은 9년 전 차 사장이 64세가 되던 때 문을 열었다. 올해로 73살. 슬슬 힘에도 부치고 자식들도 그만두라며 성화지만 그럴 수가 없단다.

“솔직히 장사가 잘 안되면 문을 닫을 텐데, 식사 때마다 꽉꽉 차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
단골고객들이 고생한다며 볼에 뽀뽀를 해주거나 어깨를 안마해 줄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는 차 사장은 그 맛에 힘들어도 손을 못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머니, 할머니, 큰 누님, 작은 누님, 언니 등 단골고객이 많은 만큼 차 사장을 부르는 호칭도 다양하다. “마음대로 갖고 놀다 제자리에만 놔두라고 하지, 뭐”

맛과 더불어 차 사장의 이런 푸근함도 손님을 끄는 이유일 듯.
아침마다 차 사장은 족발에 피를 빼고 깨끗히 씻는 등 손질하느라 바쁘다.
이런 밑 손질이 족발 맛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기름이 제대로 안 빠져 느끼하고 냄새까지 나기 때문.  

“하긴 어떤 돼지발이라도 내 손만 거치면 끝내 주게 손질되니 걱정없지”라며 웃는 차 사장은 그 외 맛을 내는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다만 경동시장에서 가지고 오는 한약재를 유별날 정도로 많이 넣는 것과 불 조절이 비결이라고. 한약재를 넣고 삶은 족발은 거짓말 보태서 소 다리만큼 크다. 그래서 이름이 왕족발이란다.  

“절대 커피, 된장, 카라멜, 설탕 같은 건 안 넣어. 순 한약재로만 향, 맛을 내는 거야”
특이하게 족발을 먹고 나면 치악왕족발표 후식이 나온다. 된장찌개, 밥, 반찬, 계란말이다. 그래도 힘내서 일하려면 밥을 먹어야지 어떻게 고기만 먹느냐는 생각에서 마련했단다. 고기에 밥상까지 먹고 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속이 든든하다. 특대는 3만원, 대 2만5천원, 중 2만3천원, 소 2만원이다. 소 정도면 3명이 넉넉히 먹는다.

차 사장은 지금까지 가게 문을 닫아 본 적이 없단다. 돈 많이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쉬엄쉬엄 해도 좋으련만 손님이 왔다 못 먹고 돌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도저히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뭐 소개할 게 있다고 왔는지 모르겠네”
지금도 손님 많아 피곤해 죽겠는데 신문기사 나가서 손님 더 많아지면 기자가 책임지라는 차 사장의 장난 섞인 투덜거림(?)이 이해가 간다.
오후 10시에 문을 닫고 좌석은 25석 정도이다. 주차는 원주천 둔치에 하면 된다. ▷문의:763-8408(치악왕족발)
김설영 기자
김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