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맛” 인기 비결
학창시절 추억의 아지트 …포장마차로 시작, 얼마전 가게 차려

떡볶이, 튀김, 라면 등을 파는 분식집에 대한 기억은 학창시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떡볶이 한 접시를 나눠 먹으며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음악선생님 흉을 보거나,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버스에서 우연히 본 옆 학교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느니 마느니, 시험공부 미리 안한 것을 후회하며 벼락치기(?) 계획을 세우는 등…. 그 시절 비밀이야기를 털어놓던, 방과 후면 당연히 모이는 아지트 역할까지 하던 곳이 분식집이었다.

맛있어서, 주인아주머니가 편해서, 외상을 잘해줘서 등 각자 자주 가는 분식집에 대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이 맛으로 단골집을 정하지 않았나 싶다.
한 친구가 얼마 전 학창시절 자주 가던 분식집에 갔었다며 말을 꺼냈다.

“입맛이 변했나, 그 맛이 아니더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것저것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 입맛이 고급화된 것인지, 그때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역시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고 말하며 친구는 씁쓸해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산초교 사거리에 있는 할아버지 떡볶이(대표:김원재, 김명자) 김원재 할아버지는 뿌듯해 해도 되지 않을까? 졸업 후 찾아왔던 사람들이 ‘그 맛 그대로’라며 재차 찾아오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에서 시작했다는 김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떡볶이라는 가게를 낸 건 불과 한 달 전. 그러나 할아버지는 여전히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만든다. 새로 문을 연 가게는 김명자 할머니 담당이다.

10명이 앉으면 꽉 찰 작은 가게. 그래도 아저씨, 가게직원, 학생들, 아기엄마 등 끊이지 않고 손님이 들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집이지만 그래도 최고 단골층은 역시 학생이다.
“학생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애 엄마가 돼 먹으러 오기도 하고 군대 간 아이들은 휴가 나와서도 찾아오고….”

맛의 비결은 특별히 없다. 다른 집하고 똑같은 재료로 만드는 데 왜 맛있다고들 하는지 김 할아버지도 신기하다고.

“그 맛이 그 맛이지 왜 힘들게 여기까지 오는지 몰라.”
다만 차이점이라면 흑설탕을 사용해 떡볶이가 진한 빛깔을 띠고 청량고추를 넣어 칼칼한 맛을 내는 정도. 떡볶이 1인분 2천원.

떡볶이와 더불어 인기 메뉴는 맛돌이다. 맛돌이는 오징어, 야채를 다져 놓은 것으로 포장마차에서만 판다. 4개를 젓가락에 꽂아주는데 떡볶이 양념에 묻혀 먹거나 케첩을 발라 먹으면 된다. 1천원.

튀김은 만두, 김말이, 고구마, 잡채말이, 새우, 오징어 등이 있다. 비닐봉지가 아닌 종이봉투에 넣어주는데 기름기를 조금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단다. 김말이는 김 할머니가 직접 속을 만들어 평이 좋다. 4개 1천원.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만든 떡볶이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 가끔 할머니가 만들어 논 떡볶이를 할아버지가 다시 양념하기도 할 정도란다.
“이제 욕심 부릴 것도 없고 오순도순 둘이서 가게하면서 사는 게 바람이지, 뭐.”
할아버지 떡볶이가 학창시절 아지트였던 사람들이 조금(?) 부럽다. 하긴, 맛보다는 추억이 소중하니까.

문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하진 않지만 보통 오전9시부터 자정까지. 다만 포장마차의 경우 여름에는 오후5시 경부터 영업을 한다. 정기휴일은 특별히 없고 피곤하거나 쉬고 싶을 때 한번씩 쉰다. ▷문의:744-3819(할아버지 떡볶이)
김설영 기자
김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