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성 담긴 손맛 기억하세요?
전통방식으로 담근 장맛 일품…주메뉴는 바글바글 끓여낸 된장찌개

어머니가 며칠 집을 비울 때 빼먹지 않는 당부 중에 “아침에 장독을 열고 저녁엔 반드시 닫아야 한다”는 게 있었다.
어쩌다가 장에 함께 갔다가 갑자기 소낙비라도 내리게 되면 열어둔 장독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시던 어머니를 기억에 둔 이들도 많다.
우산동 현대자동차 주변 골목 안,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위치한 ‘옛집식당(사장:조정순)’은 이러한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장맛이 살아있는 곳이다.??

14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은 뒤 한결같은 맛으로 손님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조정순 사장(51)이 가장 중요시 하는 맛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장이다. 그 이유는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재료가 있어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른 봄, 국산 콩을 직접 사들여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불그스름하게 잘 삭힌 질금과 보리쌀을 섞어 잘 다려낸다. 그 후 장독에 담아 1년여를 숙성시킨 이곳의 장은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깊은 맛을 자랑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비결은 장을 담근 후 쏟는 조 사장의 정성. 매일매일 장독과 그 주변을 청소하는 일은 물론 햇볕과 공기가 잘 들어 깊고 맑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아침저녁으로 장독을 열고 닫는 일까지…. 온 마음을 다하는 끊임없는 그 일에 지칠 법도 하건만, 찾아오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이 싹 달아난다며 흐뭇하게 웃는 모습에서 내 어머니의 소박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손님들이 가장 즐겨 찾는 메뉴는 바로 구수함이 일품인 된장찌개 백반과 칼칼하니 속을 확 풀어주는 동태찌개 백반. 생선구이, 계란말이, 장아찌, 나물 등 10여 가지 반찬으로 꽉 찬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된장에 호박, 풋고추, 양파를 송송 썰어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 된장찌개는 전통적인 맛을 넉넉히 살려내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조 사장이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 감칠맛을 더해주는 버섯의 한 종류가 들어가는 것도 ‘옛집식당’ 된장찌개 맛의 비밀. 5천원.

동태찌개는 무, 양파, 풋고추 그리고 고춧가루로 맛을 내어 개운하고 시원하다. 5천원.
기름을 일일이 걷어내어 국물까지 담백하다는 손님들의 칭찬을 듣는 닭도리탕은 저녁 술안주로 많이 찾는다고. 조사장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심이 더해져 4~5명이 먹어도 넉넉하다. 2만원.
“솔직히 인테리어가 고급스럽지는 못하죠. 하지만 맛만은 자부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겉모습보다는 맛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옛집식당’. 분위기가 세련되지는 않다.
그러나 내 집 찾던 마음으로 갔던 곳이 어느 날 갑자기 현대식으로 새단장한 모습에 낯설어 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처음의 그 모습을 고집스레 지켜나가고 있는 조 사장의 흔들림 없는 신념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40여 좌석에 주차는 인근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오전9시부터 오후10까지 영업하고 일요일은 쉰다.
▷문의:745-8993(옛집식당)
김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