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횡성초교 교사)

연중 행사로 각 학교마다 운동회가 한창이다.
총연습 때 승자가 되는 편은 운동회 때도 그래야 한다는 당연성과 한번 승자가 되었으니 또 한번은 패자가 되어야 되는 형평성의 이유가 성립이 돼야 한다는 식의 생각들이 오가는 장소이기에 운동장은 더욱 요란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였다. 마치 월드컵 축구를, 아테네 올림픽을 응원하듯 한 몸짓이며 각오가 졸업을 앞 둔 6학년에겐 아쉬움이 듬뿍 담긴 순간이 함께 여서 그런지 남달랐다.

‘원 저렇게도 이겨야 할까! 저런 극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이 나이에 대학도 들어갔겠다’ 란 엉뚱한 생각도 하게 한다.
이미 반쯤은 청군 백군이라는 이름에 젖어 있던 아이들은 학교 교목과 교화인 소나무 팀, 장미 팀으로 이름을 정했을 때 어색하다고 투덜대더니 어느새 그 이름을 입에 달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함성에, 괴성에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그 분위기에 따르곤 했다.
그러다 문득 그늘 밑에 엄마랑 앉아 있는 아이에게 눈이 멈추어졌다. 몸이 불편하여 등하교 길을 휠체어에 의존하는 아이였다. 다른 집 같으면 이런 날 집에서 쉬겠다 할텐데 교내 외 행사 때에는 아이는 물론 부모가 더 열성적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게 된다.

운동장에서 하루종일 지나게 될 때는 교실에서보다 더 피곤을 느낀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응원하느라 괴성을 지르거나 온몸으로 손뼉을 치거나 하지 않아도 피곤함이 보인다.
단체 경기 때는 부모가 그의 발이 되어 다른 아이들과 같이 한 조가 되어 경기를 마친다.
이기면 그 아이도 같이 기뻐하고 지면 같이 아쉬워한다.
나는 매일 출근 할 때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와 한번도 얘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버스에서 운전기사와 얘기하는 가운데 그가 어디에서인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쯤 뒤엔 횡성 군청 부근에서 주차요원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보게도 되었다.

나는 출근길에 만나게 되는 그 사람 앞에서는 버스 시간에 쫓기더라도 뛸 수가 없다.
눈앞에서 버스가 지나가는데도 나는 뛰어가며 손을 들어 버스를 세우려는 행동을 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100미터쯤 앞에 가는 것을 보고 내가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도 그 사람은 항상 내 뒤에 따라 오게 된다. 걸어서라도 그의 앞을 지나가게 되는 것이 미안하다.
그 사람이 신호등이 초록빛으로 되기 전 노란 불이 들어 올 때부터 길을 건너는 것을 나는 이해한다.
아이들은 한 경기 한 종목 끝날 때마다 거의 자지러진다.

“소나무 편이든 장미편이든 우리는 한 학교의 친구들이다.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해야하며 설사 지더라도 누구 때문이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기더라도 겸손해야한다. 특히 우리는 6학년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운동회이므로 승자로 패자로 끝나도 후회 없어야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지!”
준비물과 아울러 일러 둘 점을 이야기하던 끝에 이렇게 얘기를 하게 되었다. 우렁차게 대답을 하던 아이들의  얼굴과 눈빛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그 다짐들은 운동회가 끝나고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
“공평해요, 총연습 때는 소나무가 오늘은 장미 팀이 이겼으니 그렇게 섭섭하지는 않아요!” “그럼, 어느 한쪽만 앞서 간다면 그건 욕심이다. 다른 사람 보다 앞서가거나 위에 있지 않아도 이기는 마음이 진짜 귀한 마음이다.”

아이들은 순수했다. 하얀 도화지기 되어 교사가 색칠하는 대로 채색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유지하면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어렸을 적엔 모두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컸다고 해서 달라지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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