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원주시 청소년 백일장 중등부 산문 장원 수상작

“한올아, 고구마 먹어라, 아주 달고 맛있구나.”


갈색 빛 고구마가 내 앞에 놓였다. 속을 열어보면 노란 게 아주 맛있겠다. 손으로 호호 불어가며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먹는 맛이란 아주 말할 수 없다.


어렴풋이 옛날 생각이 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 때는 겨울 내내 고구마만 쪄서 먹었었다. 고구마 캘 때가 되면 동생과 손잡고 나가서 누가 더 큰 것을 캐나 내기도 했었다.


고구마 줄기를 잡으며 호미로 주변을 살살 파고 고구마가 보이기 시작하면 손으로 캐낸다. 흙투성이 고구마지만 군침이 돈다.


고구마 캐다가 힘들면 손으로 쓱쓱 흙을 털어서 칼로 까서 생것으로 그냥 먹기도 했다. 그래도 맛있었다.


요즘에는 패스트푸드에도 고구마를 이용한 요리들이 생기고 레스토랑에도 고구마를 이용한 퓨전 요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옛날처럼 생으로 먹고 손수 쪄서 먹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요즘처럼 요리한 고구마가 더 맛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나는 옛날처럼 먹는 고구마가 훨씬 더 맛있더라.


촌에서 자라서 그렇다고, 촌년이라 그래서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옛날 최고의 간식은 고구마였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요즘에는 옛날처럼 고구마를 많이 먹지 않는다. 내 동생만 해도 그렇다. 고구마보다 과자, 햄버거를 더 좋아한다.


나도 가끔은 그렇다. 그래도 고구마를 먹을 때에는 다른 맛이 있어서 좋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때, 땀,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서 과자보다 햄버거, 피자보다 훨씬 더 맛있는 끌리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공장에서 빠르게 밀가루 반죽되어 나오는 과자, 음식점에서 빠르게 만들어져 나오는 것들에는 아무리 정성을 부어 만든다 해도 고구마 같지는 않을 것이다.


매일 매일 풀 뽑아 주고 비가 오지 않으면 물도 뿌려주고 수확할 때가 되면 조심스럽게 하나 하나씩 캐서 일일이 씻어 먹을 수 있게 되는 고구마에는 과자와 패스트푸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크나큰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시골에서 자라고 고구마를 캐며 놀았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런 고구마의 매력을, 그 속에 담겨있는 정성을….


언제 한 번 고구마 캐러 할아버지댁에 가야겠다. 할아버지도 도와드리고 오랜만에 고구마줄기와 씨름도 하게 말이다.


울퉁불퉁 못생긴 고구마보고 놀렸던 순수한 마음으로 이제는 맛보기 힘든 싱그러운 고향의 맛, 달콤한 고구마를 먹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다시 생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도 가져보면서 말이다.

김한올(북원여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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