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윤순희 백일장 대상 수상작


새벽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드디어 아들이 오는 날이다. 2박 3일의 수련회를 마치고 오는 애를 위해 출근하기에 앞서서 어떤 맛난 음식이라도 해 놓고 싶은 난 거실과 주방을 바삐 오가며 부산하게 움직인다.


어제부터 아니 애를 보내는 순간부터 뒤 돌아서기 무섭게 오는 날짜를 계산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연일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고 요즈음 다시 눈병이 기승을 부린다 하니 이래저래 근심은 끝이 없다. 남편도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녀석 전화 한 통화도 없다’며 서운해한다. 휴대폰도 없이 단체 생활에서 전화하기가 쉽겠냐고 말은 하지만 나 역시 전화를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2박 3일도 이렇게 길고 마음이 놓이질 않는데 50여 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서로의 소식은커녕 생사조차 모르는 채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까만 숯덩이가 재로 변했을 그들의 가슴 가슴들! TV에서 비춰지는 이산가족들의 고통스런 삶!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나의 시아버님 역시 북쪽이 고향이셨다고 한다. 개성에서 양조장을 경영하시다 갑작스런 6.25 전쟁으로 인해 가족은 북쪽에 두고 동생 한 분과 단 둘이 잠깐 피신을 한 것이었는데 휴전선으로 인해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도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한다.


늘 북쪽의 부모님과 처자식을 그리워하시다 한 많은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이다. 벌초 때나 성묘 때 뵙게 되는 홀로 누워 계신 시아버님의 묘소는 정말 안타깝게 한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얼마나 많은 한숨과 피눈물을 흘리시면서 생(生)을 이어 가셨을까?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보고파서, 부모로서 자식이 보고파서 또한 남편으로서 아내가 그리워서….


그러기에 시아버님은 시어머님과 재혼을 하시고 아들(내 남편)까지 낳고 사시면서도 끝내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사시다 가셨다 한다.


어쩜 그러실 수 있느냐고 시아버님의 흉(?)도 봤지만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자식을 키우면서 생각해 보니 시아버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것 같다.


그러나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까지 낳고 사시면서도 동거인으로밖에 호적에 올려지지 못한 시어머님의 생(生)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시어머님 또한 시아버님의 그 마음을 아셨는지 유언으로 화장을 원하셔서 결국 한줌의 재로 형체도 없이 가셨다.


남편의 산소가 있지만 북쪽에 있는 부인을 생각해서 차마 그 옆에 누우실 수가 없으셨나 보다. 시아버님의 산소를 뵙고 올 때면 늘 가슴이 저려 온다. 홀로 누워 계신 시아버님과 그리고 형체도 없이 한 줌의 재로 가신 시어머님 생각에….


이제 한 분 남으신 작은 시아버님마저 통일이 되어 북쪽에 있는 가족들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시지만 자꾸 연로해지시니 안타깝기만 하다. 이 모든 슬픔 고통들이 6.25로 인한 남북이 분단된 상황 아래 생긴 것들이다. 눈앞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북한 실향민들!


오죽하면 북쪽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이 때나 저 때나 가족 만날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리겠는가?
(중략) 한 분 두 분 자꾸 스러져 가는 이산가족들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우리는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 차원에서, 각계각층 모두 이 문제를 우선 순위로 정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려야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한민족이면서도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 이 같은 비극을 더 이상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이산의 슬픔은 이제 그만, 만남의 기쁨만 있게 하자!

김순영<평원동>
원주투데이  webmaster@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