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 평준화보다 현재의 제도 보완 바람직


고교입시제도 개선이 평준화냐 비평준화냐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 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느니, 교육감이 말을 바꾼다느니 하면서 말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이 문제를 책임지고 결정해서 시행해야할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중립적 입장이니 뭐니 하면서 소신과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이와 관련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는데 평준화를 주장하는 고평추 측 사람들은 자신들이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하자고 하였음에도 그곳에 모인 교사와 학부모들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거부하고 퇴장함으로서 시민들과의 약속을 파기했다. 이러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선 평준화가 선진형, 민주형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와 같이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몽땅 평준화하는 나라는 한곳도 없다.


사립학교를 평준화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일부 공립학교에서 시행하는 나라들도 학력저하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자 경쟁력강화 쪽으로 이미 교육정책을 바꾸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문제를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하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은 분명 우리 인간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이러한 교육문제를 정치적인 논리나 민원 행정사무제도처럼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전문성이 확보되어야하고 전문적인 논리와 이론에 근거한 정책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도 교육학적 원리와 사고를 바탕으로 미래사회 우리후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교사든 장학사든 교장이든 모두가 선생님들이다.


교육에 관한한 선생님들이 최고의 전문가인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과 학부모 의견보다 전문지식이 있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더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임기동안 잘못하면 갈아치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고교입시 제도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잘못되어도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여론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전문가들이 결정해서 시행하고 책임도 져야하는 것이다.


서울 부산 등 14개 대도시지역은 정부정책상 평준화를 강제로 시행하고 있다. 원주나 춘천 같은 중소지방 도시들처럼 평준화 또는 비평준화의 선택권을 지역에 넘겨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시민과 사립학교뿐만 아니라 언론으로부터도 현재의 평준화제도가 대단한 도전을 받고 있다.


교육은 경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진정한 경쟁은 선택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성이 결여되고 여론조사에 의한 찬반투표로 결정되는 교육정책은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문성이 없이 여론조사에 참가한 일부가 그들의 학연이나 자식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지 못해 공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년 여론조사를 해서 입학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제도를 자주 바꾼다는 것은 입시생들은 물론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따라서 평준화냐 비평준화냐가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 대도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평준화제도를 폭넓게 보강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한 평준화를 바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선택을 통해 경쟁력을 길러주고 자율성을 확보해서 책임도 스스로 지게 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제도를 보완해 가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황미숙<단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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