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우(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이용위원회 위원장)

늘상 지고 뜨는 해이지만 사람들은 자연계의 순환원리에 따른 1년을 주기로 의미를 부여해 성찰과 보다 나은 한 해를 다짐한다. 매년 말이면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매년 초면 새로운 각오로 한해를 시작한 지 벌써 40년을 넘어섰는데 나는 얼마나 성숙하고 잘살고 있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었는가.


모든 사람들이 매년 그렇게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로 살았건만 지금 와서 지역사회를 돌아보건데 원주가 살만한 도시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휘황찬란한 유흥가가 생기고, 거리에는 차들로 넘쳐나고, 옛날보다 좋은 집들도 많이 생겼다.


도시도 엄청나게 커지고 인구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역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옛날보다 잘 먹고, 좋은 집에 살고, 걸어다니다 차 타고 다니고, 다 좋아진 것 같은데 사람들은 현재를 부정하고 만족하지 못한다.


인간의 욕심이 많아서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잘 사는 사회는 이런 게 아니라는 반성 때문인가.


분명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해당할 것 같다. ‘옛날엔 사람들 인심이 참 좋았는데… 옛날엔 봉산천이 참 깨끗했는데… ’등 발전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원주에는 미술관도 하나 없다. 시민공원도 하나 없다. 원주시민의 참여의식이 부족하다. 원주에는 차가 너무 많다’등의 현실 불만도 있는 것 같다.


삶의 만족이란 것은 물질적인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것도 중요하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는 물질적인 만족만을 지나치게 추구해 왔다. 그 결과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에 주요한 것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돕고 협력하는 상생의 정신(인심)이고 또 하나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가 아닌가 싶다.


이것만 복원되어도 원주가 좀 살 만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하고도 원주에 부족한 게 있다면 문화적인 인프라나 정체성이 지나치게 빈곤하다는 것. 미술관, 박물관, 시민공원, 음악당등 외형뿐 아니라 내실이 꽉 찬 ‘문화도시 원주’는 욕심이 난다.


시청사나 터미널을 어디로 옮기느냐에 욕심 부리지 말고(그게 가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원주에 있지.) 우리 동네에 미술관이 들어섰으면, 음악당이 들어섰으면, 시민공원이 들어섰으면 하는 욕심들이 생겼으면 싶다.


원주천에서 물놀이하고 아이들과 산책하고 싶은 욕심이 원주시민들 사이에 만발했으면 싶다.
앞으로 한 10년 동안만이라도 서로 돕고 협력하는 상생의 문화욕이 원주 사회에 만연했으면 싶다.


그렇게 되면 그래도 살만한 지역공동체가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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