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틀면 연일 보도되는 수해지역의 실상과 수해민들의 망연한 현실앞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교차된다.

그들에게는 먹을 것과 입을것 그리고 소소한 것들까지도 당장 필요하고 절실하다. 돈있는 사람은 돈으로, 물품으로 도울 사람은 물품으로, 시간이 있는 사람은 자원봉사로 각기 자기 처지에서 도울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부터 하기로 하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서랍과 제철 아닌 옷을 보관하는 함까지 쏟아놓고 작아진 옷이나 잘 안입는 옷을 분류하다보니 꽤많은 옷이 쌓였고 그것을 보니 수재의연금을 못낸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총무과에서 수재의연금을 접수하지만 의연품은 아직 받지 않는단다. 다시 시청으로 전화를 했다. 여러 부서로 전화가 넘겨지더니 결국은 시청에서는 안받고 사회복지협의회란 기관에 알아보라 한다.


그곳 여직원이 전화를 받는데 “옷을 보내려고 하는데요” “혹시 옷가게 하세요?” “아니요, 가정집인데 입던 옷을 골라봤어요” “글쎄요… 그런데 받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하며 별로 반갑지 않은 말투로 대답한다.


난 오늘 몇번의 전화와 관계자들의 답변을 들으며 너무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수재민들은 잠자리가 없고 갈아입을 옷한벌이 없는데 새옷 아니라고 기분 상하겠는가?
더군다나 버릴 옷이 아니라 빨아서 깨끗하게 개켜놓은 입을만한 옷인데 말이다.
결국은 차량이 와서 실어갔지만 씁쓸하다.
그리고 상부의 지시에만 움 직이고 있는 듯한 체계에서 그것이 언제 그들에게 전달될지도 사실 궁금하다.


내가 이글을 쓰는건 단지 불만을 말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이웃이 어려울때 자발적이고, 다각적이고, 신속한 그 어떤 진정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고 시차원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한현순(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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