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반인 지난 6월 30일 비가 조금 내렸다.
지나간 반년과 앞으로 있을 반년의 그 가운데에서, 무덥던 오후를 마감하며 저녁나절 비가 내렸다. 뜨겁게 달았던 아스팔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뽀얀 안개를 피워냈다.
가로수의 나뭇잎들 짙푸르고, 과일 상점에 과일들 풍성하다. 겨울의 삭풍을 생각하기도 어려운 녹음이다.
그러나 조금씩 녹음도 옅어지고 사이사이로 한기를 불어넣을 가을이 오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차가운 겨울 바람에 검은 나무 가지들이 겨울의 달빛을 찢어 겨울밤에 생채기를 낼 것이다.
그리고 유령의 울음소리들이 죽음의 공포도 불러올 것이다. 축축하고 뜨거운 바람이 끈적거리는 습도를 잔뜩 품고 목덜미를 휘감는다. 6월 29일 서해안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붉은 피를 흘리며 죽은 젊은이가 있고, 축구를 잘했다고 7월 2일 카퍼레이드를 하는 붉은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있다. 어느 젊은이가 더 영광스러워야 하는가?
요즈음 부정부패와 관련하여 자주 표현하는 말들 중에 “돈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채”가 있다. 그 말의 영어 표현은,
“With the whereabouts of the money remaining unknow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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