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골’(반곡동 2통마을)



세가지 보물 - 물 맑고 산 좋고 인심 좋고


30여년간 반곡 2통 삼보골에서 살아온 원호순씨(60). 마을의 유래를 묻자 몇백미터는 떨어진 곳에 있는 하우스를 가르키며 말문을 연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는데 아마, 고려시대 정도는 될거야. 저기 보이는 저 곳(반곡 2통 3반)을 통베기라 부르는데 그 곳에 연간 참깨 1천석씩 수확하는 부잣집이 있었어. 그때 천석이니까 지금으로 치면 2천 가마는 되는 거지.


워낙 잘 사는 집이다 보니 이 집에는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손님 치레하느라 이 집 안주인은 쉴틈이 없었대.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던 스님이 시주 청하자 안 주인은 손님이 너무 많이 찾아와 힘들다며 사람들이 안 오게좀 할 수 없겠냐며 하소연을 했다고 하는구만.


그러자 스님은 앞 고개를 자르면 손님이 끊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났어. 생각해봐. 몇십년은 손님치레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스님의 말이 어찌나 반가웠겠어. 너무 신이 난 안주인은 하인들을 시켜 집 앞에 있는 유만고개의 중간쯤을 잘라 길을 내 버렸어. 그러자 빨간 핏물이 솟았고 이 집에는 뱀과 구렁이가 몰려들어 집안이 몰락했대. 그때 이 곳을 찾았던 스님이 이 집을 나오며 한 말이 있대. 이 마을은 물도 맑고 산도 좋고 인심도 좋다고. 그래서 세가지 보물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삼보골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더라구. 지금도 그 집이 있던 터에서는 간혹 기왓장이 나오고 있어. 그냥 옛날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


원씨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아저씨가 조금 거든다.

“그게 핏물이 아니라 진흙물이었대. 진흙물이 조금 붉은 빛을 띠니까 핏물이라고 그랬던 거지.”

삼보골의 유래는 이렇다. 세가지 보물이 있는 곳. 지나가던 스님이 던지고 간 한마디가 마을의 이름이 됐다.


그래서 인지 삼보골에는 가뭄도 추위도 없다. 마을에 연못이 있는데 그다지 물도 많지 않은데 수십년 동안 아무리 큰 가뭄이 들어도 바닥을 보인 적이 없다. 봄가뭄이 한참 심해 전국이 떠들썩 했을 때도 삼보골 주민들은 물 걱정 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치악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한 겨울이 되도 다른 마을 보다 춥지 않아 따뜻하다는 게 원씨의 설명이다.


인심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옆집가서 얘기만 하면 얼마든지 빌릴 수 있을 정도로 내 식구같은 마을이 바로 삼보골이란다.

아직 정월대보름이 되면 초등학생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밥을 얻고 주민들은 사탕이나 과자를 사뒀다가 아이들에게 주기도 한다. 49세대가 오붓하게 살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100년이 지난 후에도 세가지 보물을 지키며 살 것이라고 자신한다.


<서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