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축대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일산동 박상래씨(59). 박씨는 매몰된지 13시간만인 오후7시52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제구조작업에 들어간 시간은 9시간. 4시간은 구조방법을 논의하는데 소모했다. 12시30분경 소방관들은 2차 붕괴를 우려, 작업을 중단하고 오후4시 구조작업 재개까지 논쟁을 벌였다.
가장 큰쟁점은 구조작업을 하면서 있을지 모를 2차 붕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의 문제였다.
작업이 늦어지자 주민들은 언성을 높이며 작업 재개를 요구했지만 화두는 ‘책임’ 문제로 흘러갔다. 2차 붕괴로 더 큰 피해가 나면 아무도 책임질수 없기 때문에 작업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논쟁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소방서에서 무너질까봐 구조작업을 못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이후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책임질 사람도, 작업을 지시할 사람도 없으니 사고당한 사람만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난관리법상 긴급구조활동의 지휘는 통제관인 소방서장이 수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통제관이 하는 일은 말그대로 인명구조활동에 국한된다.
구조활동과 위험요소제거가 동시에 발생했을때 통제관이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 현장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소방체제 운영주체가 자치단체장이 아닌 도지사이기 때문에 위험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 결정권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결국 책임은 재해대책본부장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본부장이라해도 위험요소를 감수하고 작업지시를 내렸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작업지시를 했다가 구조작업을 하는 소방관이나 자원봉사자에게 사고가 일어나면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일산동 주민은 “사람이 죽어가는데 책임자가 없어 구조장소가 시장바닥 처럼 변한 모습이 너무 한심스럽다”며 재해 발생시 구조체계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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