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훈 민주노동당 원주시위원회 사무국장

10월 10일, 강원도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도획정위원회) 긴급회의에서 강원도 시·군별 기초의원정수를 재조정한 결과 원주시 기초의원정수가 22명(비례대표3명, 지역구19명)으로 정해졌다. 지난 9월 29일 획정위원회의 1차 발표 이후 “법령에 근거한 인구수 비율과 읍면동수 비율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의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수용된 결과이다.
기초의원정수 산정은 이미 정해져 있는 파이를 누가 많이 가져갈 것인가라는 제로섬게임의 문제가 아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169명의 기초의원을 어떤 기준으로 강원도 18개 시·군에 배정할 것인가라는 ‘기준의 문제’였던 것이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인해 혼란을 초래하긴 했지만, 뒤늦게라도 법령에 입각한 기준을 제시하며 시·군별 기초의원정수를 재조정한 도획정위원회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도획정위원회에서 발표한 기준은 인구수와 읍면동수, 입법취지(현행의원정수에서 20%를 감축한 의원정수. 행자부지침)를 5대3대2의 가중치로 반영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원주시와 춘천시가 각각 2명, 1명의 기초의원을 더 배정받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1차 발표안보다 의원정수가 줄어든 시·군에게는 아쉬움이 남겠지만 기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획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도획정위원회의 혼란을 겪고서도 또 다시 무원칙한 ‘게리멘더링’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원주시이다. 원주시는 지난 10월 6일 ‘원주시 선거구획정안(이하 선거구획정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원주투데이 10월 10일자 1면 보도) 원주시의회와 협의를 거쳤다는 원주시의 선거구획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떠한 원칙이나 기준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주시의 선거구획정안에 따르면 인구 2만8천311명인 ‘라 선거구’(귀래면, 흥업면, 판부면, 신림면, 소초면)에서는 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데 반해, 인구 5만7천273명인 ‘바 선거구’(행구동, 반곡관설동, 단구동)에서는 2명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어 의원 1인당 인구비례가 4대1을 넘어서고 있다. ‘바 선거구’ 시민들의 1표는 ‘라 선거구’ 시민들의 1/4의 값어치도 못하는 것이다. 원주시는 선거관리규칙 제4조 ②항 “시·군의원정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시·군 안에서 지역선거구별로 의원 1인당 인구수의 편차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모르고 있거나 무시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원주시가 발표한 선거구획정안은 협의를 구한 현역 시의원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되는, 그래서 재선의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방법을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 신통하게도 줄어든 5석의 의석수를 5개의 선거구에서 딱 1석씩만 줄이는 묘책을 찾아내 ‘게리멘더링’을 현역의원들에게 헌납하였다. 시민들의 소중한 한 표의 무게보다는 현역의원들의 눈치를 살피는 쪽을 택한 것이다.

사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률적 기구로 별도로 만들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이 참가할 ‘게임의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게리멘더링’을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엄정하고 독립적인 ‘심판’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아마도 원주시의 무책임한 태도는??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교정하는 용기를 보여준 도획정위원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기초의원정수를 배정받은 원주시가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도획정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기준과 법령을 뒤져보고 원주시민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남사스럽지 않은 선거구획정안을 만들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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